요동치는 코스닥…2000년.2002년 폭락과 비교해보니…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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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이 24일 반등에 성공했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엔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나타났던 코스닥시장의 '폭락장'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2000년 당시 코스닥시장은 장기간 급등한 정보기술(IT)주의 거품이 꺼지면서 9개월 동안 지수가 무려 81.4%나 하락,고사직전까지 내몰렸다.
2002년에는 북핵문제와 이라크전쟁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약 11개월 동안 지수가 943에서 346까지 떨어지는 추세적 하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은 물론 글로벌 경제환경,시장수급상황,외국인과 기관의 시각 등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2000년 초반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인 2834.4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IT주의 실적부진에 따른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2000년 12월26일에는 525.80까지 내려앉았다.
당시에도 코스닥시장에 투자했던 펀드들이 순식간에 시장을 빠져나가면서 시장의 붕괴를 촉진시켰다.
이 기간에 기관은 무려 2조5000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부추겼다.
반면 외국인들은 2128억원어치를 소폭 순매수했다.
미국의 나스닥시장도 IT거품이 붕괴되면서 2000년 한햇동안 지수가 4069.31에서 2470.52로 39%나 하락했다.
2002년에도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 등 국제정세 불안이 코스닥 폭락을 촉발시켰다.
당시에는 기관과 외국인이 11개월 동안 각각 8265억원과 432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가져왔다.
나스닥지수도 2002년 한햇동안 1950.40에서 1335.51로 31%나 떨어졌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2000년과 2002년은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장기침체가 우려되던 시기였다"며 "최근 코스닥시장의 조정은 '순항에 따른 반작용'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2000년 당시 코스닥시장은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공모가격 부풀리기와 개인들의 무분별한 투자행태 등으로 단기 급등장을 연출했다.
기업들도 뒤질세라 무분별한 신규상장과 증자 등으로 공급물량을 늘렸다.
2000년 한햇동안 250개 기업이 신규상장됐고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건수도 179건(2조5000억원어치)에 달했다.
당시 시가총액 50개사의 평균EPS(주당순이익)도 479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이들 기업의 평균 EPS가 1730원으로 개선되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지수를 견인한 종목들도 과거와 달리 스타지수에 편입된 우량종목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85%나 급등한 것도 상장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그에 따른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의 평가가 뒤따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관의 수급양상도 달라졌다.
2000년 당시 기관들이 투자하던 펀드는 대부분 '거치식'이었기 때문에 지수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지금은 '적립식'이 늘어나 사정이 달라졌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최근 기관의 매도는 일시적인 로스컷(손절매)으로 추정된다"며 "조만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시장에 다시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함성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볼 때 코스닥시장 업종대표주의 PER는 14배에 불과하다"며 "코스닥시장에서 우량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