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 < 도쿄 특파원 > 지난 23일 밤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전 사장(33)이 주가 및 회계 조작혐의로 전격 체포되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본 신문들은 벤처신화를 일궜던 인수·합병(M&A) 귀재의 체포 소식을 호외로 제작,거리에 뿌릴 정도였다. 호리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버금가는 이 시대의 기린아였다. 1996년 도쿄대학을 중퇴하고 홈페이지 외주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 만에 라이브도어를 거대 그룹으로 키워낸 '신세대의 영웅'으로 추앙받아왔다. 관련 회사만 해도 50개가 넘었으며,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기 직전 7개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이 7000억엔(약 6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초에는 '거인' 후지TV를 적대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호리에 신화는 증권거래법 위반혐의가 드러나면서 일순간에 무너졌다. 일본의 중장년층들은 즉각 호리에를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악한 인물"이라고 폄하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사고방식은 경영자로서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호리에는 재작년 펴낸 '돈의 승리'란 책의 머리말에서 "돈으로는 사람의 마음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돈 예찬론자임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사고로 무장한 젊은이들로부터는 여전히 흠모의 대상이다. 고루한 일본 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온 '새로운 경영 엘리트'로 떠받드는 사람들도 많다. 한 신문 칼럼은 "그의 범법 행위를 단죄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혹시라도 승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 때문이라면 이는 일본 자본주의의 미숙한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리에가 일본 자본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실제 그의 공격적인 비즈니스 활동은 증시를 활성화시켜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데 큰 기여를 했다. 낡은 사고를 가진 경영자들에게 M&A 등 선진 금융기법의 위력과 기업 방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데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젊은이들에게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억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준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명문대 출신자들 사이에서 대기업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하는 바람이 거세진 것도 그의 영향임에 틀림없다. 일부 외신은 호리에 전 사장의 체포와 관련,시장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는 신사고로 무장된 젊은 엘리트 경영자들에 대한 선별적인 수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그의 바람이 일본 기업문화에 큰 충격파를 던진것이다. 호리에가 도쿄대학 재학 시절 처음 세운 회사는 '경계선에 살며 (Livin' On The Edge)'였다. 찬사와 비난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드는 자신의 삶을 예견한 듯한 이름이었다.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만으로 보면 라이브도어는 부도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회사가 완전히 쪼그라들거나 분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의 신화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