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 윤상림씨(54·구속)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윤씨의 돈 빌리는 수완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찰청 차장과 현직 판사 등 사회 유력 인사들로부터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을 빌린 후 그 돈을 갚지 않았는데도 불구,어느 누구에게서도 돈을 갚으라는 독촉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검사 재직 시절 윤씨에게 수천만원씩을 건넨 변호사 2명을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들 변호사는 "수년 전 윤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아직까지 못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다. 고검장 출신의 K변호사는 2003년 윤씨에게 1억원을 빌려줬고 다른 변호사 8명도 각 1000만원 이상씩 빌려주고 아직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최광식 경찰청 차장은 지난해 7월 윤씨에게 2000만원을 빌려준 뒤 돌려 받지 못한 상태며 현직 판사 2명도 모두 1억3000만원을 빌려주고 대부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사회 유력 인사인 이들은 한결같이 윤씨의 협박에 못 이겼다거나 보복이 두려웠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사람들이 윤씨를 고소한 사건은 한 건도 없으며 이들이 돈을 빌려준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사를 좀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유력 인사들이 윤씨에게 돈을 빌려준 이유가 윤씨의 비호 세력을 밝히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검찰 수사 경과가 주목된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윤씨와 돈거래를 한 현직 판사 2명과 관련,"수사가 진행돼 전모가 파악되면 징계 여부 및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