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한가. 미국의 아들 가진 부모들이 난리난 모양이다. 똑똑하고 야무진 딸들에 밀려 성적은 엉망이고 대학 진학률 또한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남학생의 위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나섰을까. 실제 미국 대학의 남학생 비율은 1976년 58%에서 2006년 현재 44%로 낮아지고,고등학교 자퇴자는 여학생의 4배에 이르며,초등학교에서 학습장애 등으로 특별수업을 받는 수도 여학생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남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원인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각종 지적만 나와 있을 뿐. 충동적이고 산만한 남아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아들에게 유리한 말하기와 읽기 등만 중시함으로써 남아의 부적응을 유발하는 유치원 교육도 문제요,72년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여학생에 대한 배려가 급증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비디오 게임 등에 지나치게 빠져들고,사춘기에 여학생보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대목도 이유로 지적됐다. 여학생이 매사 우수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초·중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도 상위는 몽땅 여학생 차지다. 남녀공학 고교의 아들 가진 부모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다반사다. 연세대에서 선발하는 교환학생은 70%가 여학생이고,서울대에선 지난해 단과대 수석졸업자 16명 중 12명이 여학생이었다. 왜 이런가. 어째서 미국 한국 할 것 없이 아들들은 자꾸 처지고 딸들만 기를 쓰고 공부를 하는가. 미국은 몰라도 우리의 경우 여성들에 대한 사회진출의 문호가 증가한 것과 시험에 의해서만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종류의 노력은 비전이 있을 때 가능해지는 법이니까. 미국에선 남학생을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듯하다. 우리도 이대로 가면 시험성적으로 뽑아야 하는 곳에 남학생들이 발을 들여놓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어쩌랴. 여학생들의 발목을 잡기는 어려울테고 남학생 스스로 한층 더 분발할 도리밖에.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