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의회가 24일 건강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한 셰이크 사드 알-압둘라 알-사바(76) 신임 국왕의 퇴위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드 국왕은 이날 의회가 내각의 요청에 따라 자신의 퇴위문제를 논의해 표결을 마친 직후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왕권을 이양하겠다는 내용의 퇴위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지난 15일 셰이크 자베르 알-아흐메드 알-사바 전 국왕이 노환으로 서거한 이후 불거졌던 쿠웨이트 왕권 계승을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자셈 알-카라피 의회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는 사드 국왕의 퇴위서가 도착하기 직전에 전례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사드 국왕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왕실 내부에서 사드 국왕의 퇴위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왕권을 둘러싼 위기상황이 조성되지는 않았다며 형제애가 결국 모든 문제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후임 국왕은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현 총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국왕은 즉위 후 1년 이내 후계자를 정하도록 돼 있었지만 최근 사망한 전임 국왕을 승계한 지 9일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후계자를 고르지 못한 상태였다. 쿠웨이트 언론은 사바 총리가 2003년 7월 총리직을 맡은 이후 건강이 나빴던 전임 국왕과 왕세자를 대신해 실질적인 통치자 역할을 해 온 점을 들어 후임 국왕자리에 사바 총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새 국왕이 확정될 때까지 쿠웨이트 왕권은 사바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맡게된다. 지난 97년 결장암 수술을 받은 사드 국왕은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정도로 건강이 안좋아 당초 이날 예정됐던 즉위식에서 즉위서약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분석가들은 사바 총리가 왕위에 오를 경우 세계 원유매장량의 약 10%를 차지하 는 자원부국이자 친미(親美) 노선을 견지해온 쿠웨이트의 에너지 및 대외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바 총리가 왕권을 계승하면 250년을 이어온 쿠웨이트 사바 왕가의 두 집안인 자베르와 살렘에서 번갈아 왕위를 차지하는 전통이 깨지게 된다. 최근 사망한 알-사바 국왕과 그의 이복동생인 사바 총리는 자베르 집안 출신이고, 이날 퇴위가 확정된 사드 국왕은 살렘 집안 출신이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