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신년회견] 증세않고 양극화 해소 재원확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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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기자회견에서 "증세를 당장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어떤 다른 방도가 강구될지 관심이다.
정부는 지금으로선 불요불급한 예산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비과세·감면 축소와 고소득층 탈루 방지 등을 통해 최대한 돈을 끌어 모은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도 시인했듯이 이런 방법만으로는 마련할 수 있는 재원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결국 다시 세금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증세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왜 입장 바꿨나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도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증세를)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밤 신년 연설에서 복지 재원을 위한 세금 인상을 강력 시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장기 재정계획을 세워 보면 아무리 재정 효율성을 높이고 지출 구조를 바꿔도 재원이 절대 부족하다.
예산을 절약하고 탈세를 막기 위해 거래 투명성을 높여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세금 인상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그런 데도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그 때 증세를 주장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증세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하자 일단 발을 뺀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창용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대통령이 구체적인 대책 없이 막연한 방향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대책에 들어가선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세 외에 다른 방법은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예산 지출을 줄이고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것 등이다.
예산 절약과 관련,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단순히 어느 분야 예산을 얼만큼 깎겠다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차원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며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세입 쪽에선 비과세·감면 축소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재정경제부는 현재 총 226개인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올해 중 일몰(적용 시한)이 도래하는 55개 비과세·감면은 실효성을 정밀히 따져 상당수 폐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방침이다.
그러나 비과세·감면 축소는 말처럼 쉽지 않다.
현재 19조9000억원이 넘는 비과세·감면은 대부분 근로자,농·어민,중소기업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때문에 생긴 것.때문에 일부에선 복지 확충이란 명목으로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한다.
'서민을 위해 서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발상이란 지적이다.
◆그래서 모자라면…증세?
결국 예산 삭감과 비과세·감면 축소 등으로는 대통령이 얘기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으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가 종국엔 적자국채 발행이나 증세와 같은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증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소외 계층을 지원하려면 성장을 늘려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우선"이라며 "비과세 감면과 세출 조정 등도 그 다음에 강구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차병석·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