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들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게임 음악 등 오락이라든지 인터넷 검색에만 능할 뿐 프로그램 제작,학교공부, 응용 프로그램 활용 등 교육적 사용능력은 크게 떨어진다는 국제 비교결과가 나왔다. 컴퓨터나 인터넷 보급률 등 인프라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이를 활용하는 용도나 능력은 너무도 잘못돼 있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개 회원국과 11개 비회원국의 만 15세 학생(고1) 28만명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조사(2003년 기준)에서 드러난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이 오락이나 게임 등에 치중(置重)돼 있다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적지않게 지적돼 왔고,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주변을 돌아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과 달리 선진국들 학생들의 경우 교육과 오락, 두 분야에서 어느정도 균형잡힌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번 조사결과는 IT 활용도 측면까지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정말 IT 선진국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게임이나 오락 등에 편중(偏重)된 인터넷 활용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게임 등에 대한 중독증,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혼동한 각종 사회적 범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이 이렇게 오락 등에 편중돼 있다면 여기엔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예컨대 인터넷이 학생들이 학교교육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피난처로 이용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학교교육 개선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적인 요인도 있을 것이다. 게임 오락 외에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부터 제대로 파악(把握)해 균형잡힌 인터넷 활용을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 미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과정으로 교육현장에서 새로운 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이 여기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 망을 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더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