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가족 간에 해결되지 않은 갈등이나 오해가 있을 경우 명절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가족 간의 갈등은 각자 다른 세대를 살다 보니 사고 방식이 서로 다른 데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예로 고부 간의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아내가 나에게 뜻밖의 고백을 했다.

아들을 결혼시키고 나니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자식을 길러 보니 어머니께서 처음에 왜 나에게 질투가 담긴 시선을 보내셨는지 알 것 같아요."

본가에서 장남이었던 나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

그런 어머니가 며느리를 맞고 나니 갑자기 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만 며느리가 어찌 곱게만 보였겠는가.

게다가 경상도에서 나고 자라 전라도 집안으로 시집 온 우직한 성격의 아내는 쉽게 어머니의 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는 오랜 시간 동안 어머니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결국에는 큰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흉허물을 서로 터놓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시어머니가 큰며느리를 자신의 세 딸들보다 더 좋아했으니 둘이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머니는 임종하기 얼마 전 며느리를 따로 불러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제 내 생이 다 된 것 같구나.

너에게 잘못한 것이 많았는데 큰며느리 역할을 잘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네가 앞으로도 우애 있게 우리 집안을 잘 이끌어 가리라고 믿는다."

결혼 초 있었던 고부 간 갈등은 세대가 다른 어머니와 아내가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것이다.

이번 설 명절은 서로 다른 세대의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kengimm@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