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편의점 GS25 식품팀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PB(자체상표) 상품으로 기획한 '틈새라면'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출시 6일 만에 라면시장의 제왕인 '신라면'을 앞지른 것.14만9700개 대 11만3000개.'완승'이라고 불러도 좋을 스코어였다.


판매 초기의 '경품 마케팅 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감안하더라도 명동 3평짜리 매장에서 탄생한 '언더그라운드 라면'이 전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음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틈새라면 돌풍'은 지난해 3월 GS25 식품팀 MD(구매담당자) 3명이 일본 출장길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차별화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일본 전역의 편의점을 둘러본 그들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지역 대표 라면점의 메뉴가 편의점용으로 개발돼 큰 인기를 끌고 있었던 것.


"작년 1월 삼양라면과 손잡고 내놓은 제품이 반응이 좋았어요.


그러던 차에 일본에서 성공 사례를 본 겁니다.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이 생기더군요.


귀국 후 2개월 정도 탐색하다 전국 라면체인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던 틈새라면을 발굴하고 그해 6월에 곧바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허선 GS25 일배식품팀 차장)


틈새라면이 예고된 스타였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었다.


김복현 사장이 1981년 서울 명동의 대형 건물 사이 3평 남짓한 자투리 공간에 만든 분식점 '틈새라면'은 2002년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든 이후 4년 만에 120여개 가맹점을 거느린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명동 본점엔 1981년 개장 이후 의자가 줄곧 11개였어요.


여기에서 하루 500∼600그릇을 팔았죠.20여년 동안 수많은 단골을 만들어낸 셈이죠.광고비 한푼 들이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은 단골들의 입소문 덕분입니다."


둘 사이의 결합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허 차장은 "틈새라면을 용기 제품으로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김 사장으로부터 10여차례 퇴짜를 맞았다"며 "5개월간의 씨름 끝에 부드러우면서도 매운 틈새라면 고유의 맛을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현재 틈새라면(컵)의 출시 이후 판매량은 총 23만9300개.신라면(16만100개)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GS25가 지난 1990년 라면을 취급한 이래 PB브랜드가 대형 제조사 제품을 처음으로 누른 '이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