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연'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여류 비행사인 박경원(장진영)의 삶을 소재로 했다.


영화에서 박경원은 당대 최고의 패션 리더로 등장한다.


100여벌이나 되는 옷을 입고 나오지만 그녀를 가장 그녀답게 표현한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단연 흰색 셔츠와 바지,조끼 등으로 표현한 매니시 룩(mannish look·남성복 디자인을 여성복에 응용한 것)이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큰 키(168cm),술과 담배도 거리낌없이 즐기는 행동,그리고 비행기를 조종할 정도의 당찬 성격 등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스타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박경원에게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남성적인 것이 아니다.


귀를 반쯤 가리면서도 곱슬거리게 웨이브를 주어 살짝 내린 헤어스타일,셔츠의 단추를 한두 개 풀어 곱게 드러나는 목선,잘룩한 허리선을 드러내는 조끼 등은 박경원을 중성적으로 연출해준다.


이는 1920년대의 여성들이 젊고 발랄하며 단순한 의상 스타일을 즐겼던 반면 1930년대 여성들은 성숙한 여성미를 추구했던 것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매니시 룩을 입더라도 여성스러움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니시 룩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여자들은 매니시 룩을 통해 강하고 도도한 여성의 이미지를 발휘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매니시 룩을 멋지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남성 정장의 느낌을 살리면서 어느 한 곳에 여성미를 강조해주는 것이 포인트다.


남성용 정장 재킷에 바지 대신 레이스를 덧댄 치마를 입고,빨간색 가방과 구두를 매치시키면 여성미가 더욱 강하게 살아난다.


광택이 나는 새틴 소재의 재킷에 하늘거리는 시폰이나 레이스 소재의 원피스를 받쳐 입으면 섹시한 매니시 룩이 된다.


유미하(패션 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