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색동 저고리를 입은 아이들이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친척집에 새배를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떡국과 함께 한복 설빔은 설날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템.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옷감부터 색상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한복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에서 28년 동안 한복을 만들어온 대구주단의 정덕순씨(48)는 '한복 변천사'의 산증인이다.


1974년 고향인 전북 장수에서 상경해 스무살 때부터 한복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씨가 말하는 한복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계절따라 입던 한복이 사라진 것이다.


"날씨가 추운 설 즈음에는 도톰한 '양단'으로 옷을 해 입었지요.


원래 봄에는 '명주',5월 초순부터 7월까지는 '갑사',여름에는 '모시' 등으로 두께가 다른 소재를 골라 한복을 해 입었답니다."


그러나 겨울철에도 난방이 잘 이뤄지고 소위 경제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얇은 소재로 만든 '사철 한복'으로 통일이 됐다.


한 벌로 추석과 설을 모두 쇠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현대인들이 한복을 불편하게 느끼면서 모양도 많이 변했다.


여자의 경우 저고리는 다소 길어지고 추녀의 곡선과 같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던 저고리의 배래(어깨에서 손목 끝동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한결 폭이 좁아졌다.


아래로 한껏 처지던 '붕어 배래'가 '칼 배래'로 바뀐 것.양장처럼 활동성을 높이고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변했다.


예전에는 손으로 수를 새겨 넣은 그림이 치마폭 전체에 펼쳐지는 게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깔끔한 멋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저고리나 끝동 등에만 무늬를 넣어 '포인트'를 주는 경우가 많다.


대신 색상은 전반적으로 더 화려해져 20~30대 층은 꽃분홍 노랑 아이보리 등 밝은 색상을 선호한다.


치마의 모양도 'A'자형으로 한층 퍼지는 추세다.


정씨는 "예전에 원단 네 폭으로 만들던 치마를 요즘은 여섯 폭을 사용한다"며 "가슴에 두르는 윗부분은 주름을 잡아 '후리고' 치마 밑은 퍼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복 잘 입는 법은 무엇일까.


정씨는 단연 "우아하게 입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두루마기와 신발,장신구 등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지 한복 위에 대충 점퍼나 코트를 걸치고 하이힐을 신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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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