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국 칼럼=잠자는 시간이 건강을 좌우한다. 무려 16년 동안이나 거의 잠을 못자고 고생하던 40대 후반의 환자가 있었다. 그 많은 세월을 하루같이 밤을 꼬박 새우고 새벽녘에야 겨우 한 두 시간 잠을 잔다고 한다. 그것도 어떤 꿈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 온갖 꿈에 시달리면서 잔다고 한다. 진료실에 들어와 처음 하는 말이 제발 잠 좀 자게 해 달란다. 겨우 소원이 잠자는 것이라 하니 참으로 딱해 보였다. 잠을 자는 것은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것이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반드시 하루의 피로가 풀릴 정도의 일정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하다. 피로가 풀리지 않을 정도로 수면시간이 짧으면 피로가 쌓여 건강을 해치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사람들은 대략 7시간 전후로 잠을 자야 다음날 몸이 개운함을 느낀다. 몸이 개운하다는 것은 전날의 피로가 말끔히 풀렸다는 증거다. 자고나도 몸이 개운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면시간 부족때문이 아니라면 빨리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자고 나서도 몸이 개운하지 않다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수면시간의 부족함이 아니라면 몇 시에 잠자리에 들어가는지도 매우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몇 시에 잠을 자건 7시간 정도만 자면 피로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새벽 5시에 잠들어서 낮 12시에 일어났는데 피로가 충분히 풀렸겠는가. 아니면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이 피로가 쉽게 풀리겠는가. 두 경우의 차이는 무엇일까. 하루 24시간의 피로 누적 정도를 비교하자면 같은 시간에 똑같이 피로가 쌓이는 것이 아니다. 기상 직후 1시간 동안에 쌓이는 피로감과 수면 직전 1시간 동안에 쌓이는 피로감을 비교해 보자.기상 후부터 다시 피로가 쌓이기 시작해서 수면 직전까지 시간 단위로 비교한다면 아마 수십 배의 차이로 피로의 누적 정도가 심할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로를 충분히 풀지 못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소개한 16년 불면증 환자는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아왔지만 그나마 생활의 여유가 있어서 몸이 크게 망가지지 않은 경우였다. 불과 2주간의 치료로 꿈을 꾸긴 하지만 그래도 수면시간이 늘어나서 살겠다며 좋아했고 약 2달간의 치료로 잠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해했다. 대부분의 경우 직업적으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몸이 많이 상한다. 이런 생활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초기에 피로를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