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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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속 명절인 '설'은 '사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설은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날이라 해서 세수(歲首) 원일(元日) 등으로도 불린다.
일년 동안의 무사함을 기원하면서 바같 외출을 금하는 의미의 신일(愼日)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 듯 설에 빠질 수 없는 게 덕담(德談)이다.
덕담은 서로 공경하는 뜻으로 예를 갖추는 인사와는 구별된다.
덕담에는 상대방의 복을 빌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다.
어른들로부터 듣는 덕담 한마디는 한 해 동안 가슴에 새기고 다니는 금언이었고 한 가정의 좌표가 되기 일쑤였다.
고깃국물로 끓이는 떡국이 힘을 내라는 영양식이고,떡국의 모양이 엽전을 닮아 부자를 기원하는 것이라면 덕담은 마음의 양식인 셈이다.
우리의 새해 덕담은 서양에서 건성으로 하는 인사말과는 내용이 다르다.
건강 혼인 사업 공부 등 상대방이 바라는 바를 헤아려 복을 빌어주는 것이다.
표현방법도 미래형이 아닌 단정적인 표현을 써서 마치 올 한 해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말을 건넨다.
먼 곳에 있는 친지나 지인들에게는 전갈을 보내거나 서신으로 덕담을 대신했는데,요즘으로 치면 연하장에 다름 아니다.
덕담이 일반화된 것은 말(言)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서 말한 대로 성취된다는 일종의 점복(占卜)사상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미신으로 치부해 버릴 일은 아닌 것 같다.
자기확신과 자기최면이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을 만들고,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오늘날의 연구와도 통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조상을 섬기고 효의 중요성이 다시금 가슴에 새겨지는 설날,한편으로는 친지들의 염원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빌어보는 날이기도 하다.
넉넉한 마음은 내 자신은 물론 주위를 훈훈하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건강하라''승진하라''부자되거라' 설날 아침 이처럼 더없이 반가운 말을 주고받으며 불끈 힘을 내보자.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