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2조 아이들 손으로…코흘리개까지 소비 가세, 동네 구멍가게에도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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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스페셜] 세뱃돈 경제학
아이들은 설보다 세뱃돈이 더 좋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끝 모를 거북이 걸음이지만 개구쟁이들의 머리만큼은 세뱃돈 어림셈에 총알처럼 돌아간다.
'할아버지·할머니 1만원씩,아빠 1만원,엄마 5000원,큰 아버지 2만원,막내 삼촌 5000원…내가 살 MP3플레이어 17만원,군것질 포함한 영화관람비 1만원,놀이공원 자유이용권 1만3000원,저축 3만원….'평소엔 어른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안 하던 철부지들이 설만 되면 시키지 않아도 넙죽넙죽 절도 잘하는 까닭이다.
설 기간 동안 전국의 아이들이 걷어들이는 세뱃돈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통계청이 분기마다 한번씩 발표하는 '도시가계수지 조사'의 '기타비경상소득'항목에 세뱃돈이 포함되지만 세뱃돈만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대략 어림 짐작해 보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설을 앞두고 공급한 새 지폐규모는 대략 2조3000억원. 시중은행의 각 지점에 공급된 새 지폐는 절반 정도를 개인이 환전해 간다.
이 돈이 세뱃돈으로 쓰인다고 보면 세뱃돈 규모는 대략 1조1500억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산에는 한계가 있다.
세뱃돈을 꼭 새 지폐로만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통계를 통해 추정하면 전체 세뱃돈 규모는 훨씬 커진다.
야후코리아가 최근 네티즌 1만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 성인들은 세뱃돈으로 평균 19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성인은 이 보다 2만원이 적은 17만원이다.
여기에 통계청의 주민등록상 연령대별 인구수(30∼60세)의 절반을 곱하면(통상 세뱃돈은 부부단위로 지급하기 때문) 전체 세뱃돈 규모는 약 2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60세 이상 노년층은 오히려 세뱃돈을 받는 경우가 많아 계산에서 제외했다.
어쨌든 적지 않은 규모의 세뱃돈이 아이들에게 풀리면서 설 연휴 직후부터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의 경기는 다소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세뱃돈을 받으면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에 영화 게임 노래방 등 유흥비로 쓰겠다는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하겠다는 대답은 25.3%였고,저축이라는 답변은 14.9%였다.
세뱃돈의 85%가량은 시중에 풀려나온다는 얘기다.
이마트가 상품별 매출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설 직후에는 10만∼30만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MP3플레이어 핸드폰 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디지털 가전제품의 판매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중심으로 장난감 수요가 늘어나는 등 관련 상품의 매출은 설 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다.
방학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동네 문구점·팬시점·구멍가게의 경기도 개학을 앞둔 이 때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평소에 사고 싶었던 것을 사는 것도 좋지만 세뱃돈을 며칠 새 '탕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돈을 제대로 쓰는 법을 가르치는 계기를 삼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용돈기입장을 작성해보도록 한다거나 통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매년 20만원씩 받은 세뱃돈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저축하면 이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이면 약 300만원(2005년 11월 정기예금 금리 적용)의 목돈으로 불어난다.
웬만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고등학생 정도 되면 경제교육 차원에서 세뱃돈으로 주식투자를 해보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