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쇼크'가 서방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국이 중동평화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원조자금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중앙선관위가 27일 집계한 총선 결과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는 예상을 깨고 전체 의석 132석 가운데 76석을 확보,압승을 거뒀다. 집권 파타당은 43석을 얻는데 그쳤고 아흐메드 쿠라이 자치정부 총리는 즉각 사임했다. 하마스의 압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대행은 긴급 각료회의를 열고 "이스라엘 타도를 외치는 테러 단체 하마스가 참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스라엘 리쿠드당을 이끄는 극우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란의 대리인이자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의 이미지를 지닌 하마스의 승리로 과격한 이슬람 정권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 정부 구성과정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올해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원조자금의 중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U는 하마스의 총선 승리로 중동평화 협상이 차질을 빚게 되고 기존의 EU와 팔레스타인 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U의 25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3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하마스 승리에 따른 파장과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인하며 자살폭탄 테러도 서슴지 않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의 집권세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중동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