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입을 열 때마다 금융계는 긴장했고 시장은 출렁였다.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대표적인 어록. ◆"주식시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빠졌다."(1996년 6월,이성을 잃다시피 증시에 몰리는 현상을 가리키며) 뉴욕증시는 이 발언으로 급락했다. 비이성적 과열을 잠재우기 위한 금리 인상 조치가 곧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 까닭이다. 이후 그의 말 한마디에 금리와 주가가 출렁이는 '그린스펀 효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증시의 대세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만이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을 수는 없다."(1998년 9월,세계적인 경제위기 때 미국만을 위한 정책을 펼 수는 없다며) 1997년 말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가 중남미를 거쳐 러시아까지 확산됐다. 미국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을 펴오던 그린스펀은 이 같은 발언을 한 뒤 세 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세계 경제를 살린 인물로 떠올랐고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란 별칭을 얻었다. ◆"경기가 소프트 패치(soft patch)에 빠진 것 같다."(2002년 11월,9·11테러 이후 경기상황을 묘사하며) 골프장 페어웨이에도 병이나 해충으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 부분(라지 패치)이 있듯이 경기에도 '소프트 패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경기가 단기적으로 다소 불안하고 취약하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의미다. 이 말은 그 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사실로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