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고유의 비전과 문화를 담은 심벌마크를 갖고 있다. 은행들의 심벌마크도 그 안에 다양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은행의 심벌은 따뜻한 회색과 밝은 황금색을 사용한 영문 대문자 'KB'와 자연스러운 동양적인 필체를 통해 별을 형상화한 영문 소문자 'kb'로 구성됐다. 한국의 스타뱅크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 금융의 '별'을 지향한다는 은행 비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2002년 당시 국민은행 CI(기업이미지통합)작업을 맡았던 미국 랜도사가 3개월 작업 끝에 내놓은 로고는 따로 있었다. 현재 심벌은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 놓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안이었다. 하지만 '은행 같지 않은' 파격적인 CI를 원하는 국민은행 임직원들의 눈에 띄어 전격 채택됐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 심벌은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여명을 형상화했다. 바탕을 이루고 있는 원형은 하나된 우리를 의미하며 중앙의 점진적인 빛의 형상은 새벽을 깨우며 희망차게 떠오르는 우리은행의 미래를 뜻한다. 어둠을 깨고 새롭게 떠오르는 빛처럼 한국금융의 새 지평선을 여는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한은행 심벌마크는 기존 신한은행의 상징이었던 비둘기와 새싹을 재해석해 피어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 작품이다. 외관을 이루는 '구'는 글로벌 은행을 상징하며 가운데 S의 형상은 신한은행의 영문 이니셜인 동시에 끝없는 성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은행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하나은행 심벌은 고객을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은행의 고객중심주의 정신을 표현했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로 유명한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씨의 "귀로 (歸路)"라는 작품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이다. 기업은행의 심벌에 있는 3개의 원은 각각 가계 기업 은행을 상징한다. 세개의 경제 주체가 국가경제발전을 위하여 화합한다는 의미다. 또 3개의 원을 중앙으로 순환시킴으로써 경제의 유통과 부의 집중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외환은행의 심벌은 바람개비 모양의 동적인 회전감을 통하여 능동적 추진력을 상징하고 있다. 최근 23년만에 CI를 전면 교체하고 새출발을 선포한 산업은행의 심벌마크는 e-bank보다 진화한 '?bank kdb' 개념을 도입했다. 'U'는 유비쿼터스(Ubiquitous·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유니버스(Universal·우주),유니크(Unique·유일무이) 등의 의미를 담았다. '고객이 언제 어디에 있든지 원하는 모든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고객 자신만을 위한 특화된 고객감동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스탠더드차타드은행(SCB)이 인수하면서 기존 제일은행의 '으뜸 마크' 대신 SCB의 3차원 이중나선으로 구성된 심벌을 채용했다. 이중나선은 역동성과 상승이란 이미지를 통하여 고객만족과 업무수행에 있어 업계의 선도은행이 되고자 하는 기업 목표를 상징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