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일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여러분부터 행복해라.여러분이 먼저 행복해야 주위 사람에게도 행복을 나눠줄 수 있지 않겠냐"며 '행복론'을 강의했다. 연초 새내기 사원들을 맞은 주요 그룹의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금과옥조 같은 교훈과 덕담을 건네고 있다. 좁디 좁은 취업문을 뚫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사원들에게는 이들 왕선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가슴에 새겨진다. ◆산을 오르며…"저 골프장 보이니" 지난 22일 신입사원 200여명과 경기도 태화산에 오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하산한 뒤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저기 보이는 아시아나골프장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골프장인데,여러분들이 모두 임원이 돼 회원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난 여성 임원들과 꼭 라운딩을 해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임원이 될 시기가 오면 그룹의 규모가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담은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도 신입사원과 산을 즐겨 찾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신입사원이 출근한 첫 주말에 북한산을 함께 오르며 '등고산이망사해(登高山而望四海:높은 산에 오르면 사해를 두루 널리 볼 수 있다)'라는 말로 크고 넓게 보고 생활할 것을 당부했다. 물론 '사부작 사부작' 올라야 끝까지 오를 수 있다는 특유의 '사부작' 이론을 등산에 적용해 설파하기도 했다. ◆식사예절에 10계명까지 손수 지도 식사예절과 직장생활 10계명을 직접 일러주는 CEO들도 있다. 김윤 삼양사 회장은 매년 신입사원들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로 불러 '글로벌 에티켓 교육'을 실시한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양식 식사예절'을 교육한 후 김 회장은 점심을 함께 들며 "사회인이 되면 모든 일을 협상으로 진행하는데 주도권을 잡고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자연스러운 식사예절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초등학교 1학년생 '담임 선생님'의 마음으로 신입사원을 맞는다. 신입사원들의 첫 출근일에 조회를 갖고 손수 작성한 '직장생활 10계명'이 적힌 A4용지를 한 장씩 전달하는 것.여기엔 △상사나 동료의 흉을 보지 말 것 △출세를 서두르지 말 것 △물욕을 가지지 말 것 △돈을 빌리지도 말고 빌려주지도 말 것 △매사에 최선을 다할 것 등이 적혀 있다. 신입사원들은 이 10계명을 업무 파일 맨 앞 장에 끼워 놓는다고 한다. ◆"사장 될 생각으로 시작해야" 사장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꿈을 크게 꾸라고 조언하는 경영자들도 적지 않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신입사원 100명과 '사랑의 100리 행진'을 완주했다. 1박2일간의 완주가 끝난 후 김 회장은 평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인 '돈키호테'의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는 구절을 인용해 신입사원들을 격려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누구라도 이룰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면 여러분을 흥분시키고 도전정신과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서 "꿈을 꿀 때는 크게 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이제는 자리(職)에 목숨 거는 과거의 은행원이 아닌 일(業)에 목숨 거는 전문가 은행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인구 동원F&B 사장도 지난달 2일 신입사원 교육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당나라 임제 선사의 어록에 나오는 말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하며 "직장생활 처음부터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사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혜로운 자는 허송세월을 가장 슬퍼합니다. 자아의 실현을 위해,원대한 꿈을 위해 매진하기 바랍니다"(신상훈 신한은행장)이나 "최선을 다할 수 없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의 조언에서는 후배들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도 읽을 수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