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첵(Paycheck,보수)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계가 전쟁을 예언한 거야.그리고 그게 적중했어.미래를 보고 그걸 실현해버린 거야.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거라구.미래를 안 게 우릴 멸망시킨 거야.미래를 알게 되면 미래는 없어지게 돼.신비와 희망 모두를 빼앗아 버리니까." 44억달러를 받기로 하고 미래를 보는 기계를 만들어내지만 대신 관련 기억을 모두 제거당한 주인공(벤 에플릭)이 작은 단서들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던 중 미래를 안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깨닫고 부르짖는 대목이다. 그리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발명한 기계를 찾아 폭파시킨다. 그런가 하면 초등학교 교육 문제를 다룬 일본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무섭기 짝이 없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인생에 불안이 있는 건 당연한 거야.중요한 건 그 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리거나,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거야." 얘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눈 크게 뜨고 봐.귀를 세워 듣고 온몸으로 느껴.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거야.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일단 공부를 해.중ㆍ고등학교에서도 그때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많아.그걸 제대로 안하면서 장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는 건 그만둬.그러고 있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무 것도 알 수 없어." 그렇다. 미래를 알면 희망은 사라지고,아무 것도 모르면서 걱정하느라 오늘을 헛되이 보내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은 없다. 시대는 어수선하고 세상은 불확실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살피고 챙겨야 할 것도 많고 감사해야 할 일도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할 일들이 있다. 설이 지났다. 양력 새해가 시작된 지는 한 달이 지났지만 음력으론 이제 시작이다. 애플 신화의 창조자 스티브 잡스는 "인생이란 점이 모여 이뤄지는 선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내일 일을 궁금해 하거나 불안해 하기보다 오늘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열심히!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