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호 <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 >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광화문 제 위치 복원은 의미있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이런 작업이 단순히 역사유적 하나를 복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역사도시 서울의 면모를 품위있게 가꾸어나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흥선대원군은 왕권을 바로 세우고 그를 통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임진왜란 이후 황폐하게 버려져 있던 경복궁을 1800년대 말 복원했다. 일제는 1900년대 초 조선총독부 건물을 경복궁의 전면부분에 지으면서 다시 경복궁을 훼손했다. 그리고 우리는 1990년대 이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다시 경복궁을 복원하고 있다. 1995년 광복절에 있었던 총독부 건물 철거는 이러한 경복궁 복원사업의 중심적인 행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경복궁 복원은 단순히 훼손된 하나의 역사유적을 복원하는 것 이상의 깊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계획에서 좀 더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 첫째, 현재 발표된 계획안에서는 광화문과 도시의 관계가 빠져 있다. 광화문의 제 위치 찾기와 복원이라는 건축적 과제가 중심이 돼있고, 이것이 도시와 시민과 국민과 어떻게 만나느냐는 깊이 고려되지 못한 느낌이다. 현재의 광화문과 경복궁은 거리는 가깝지만 사람들에게는 아주 먼 곳으로 느껴지고 있다. 실제 사람들의 움직임도 세종로 동측은 교보빌딩에서, 서측은 세종문화회관에서 끝이다. 거기서부터 광화문, 그리고 나아가 경복궁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연히 연결해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향후 자리를 비우게 되는 미 대사관과 문화관광부 자리,그리고 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는 세종로 네거리에서 경복궁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시설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현재 경복궁 내에 있는 고궁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반대편인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청사 사이도 주차장이나 아무도 오지 않는 공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입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새로 복원되는 광화문에서 세종로 네거리까지는 하나의 큰 광장으로 일체로 취급해 계획될 필요가 있다. 21세기 주요코드의 하나는 문화이며, 그 주역은 시민이다. 그동안 문민 국민 참여 등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슬로건이 말로가 아니라 실제로 실천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경복궁 앞마당인 세종로는 사람들이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보행중심의 광장이 돼야 할 것이다. 이 광장에서 시민들은 바르게 조성된 경복궁 광화문의 축을 통해 역사공간의 의미를 느낄 수 있으며,주변의 문화시설과 역사시설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 제시된 계획은 변화하는 교통환경을 고려하지 못한,자동차중심의 안으로 보인다. 청계천 고가와 복개를 철거할 때, 서울시청앞 보행광장을 만들 때 많은 사람이 교통대란을 우려했으나 현실은 그런 주장이 얼마나 기우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 어느 나라 선진도시도 승용차와 도로건설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결과는 자명하다. 대중교통과 보행이 중심이 되는 선진도시가 되는 만큼 보행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선택만이 남았을 따름이다. 넷째,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조가 매우 필요하다. 광화문과 경복궁 복원은 문화관광부, 그 앞마당은 서울시가 관할일텐데 결국 시민들이 느끼고 사용하는 것은 하나의 세종로 광장일 것이다. 서울이 서울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서울이고, 품격있는 서울가꾸기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할 때 우선 중앙과 지방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광화문과 세종로 네거리 사이 공간의 미래에 대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하고 이를 각각의 관할에 따라 협조하며 실행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