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신한캐피탈 사장은 요즘 뮤지컬,오페라 등 공연업계 관계자들을 자주 만난다.


지난 2004년 산은캐피탈과 공동으로 오페라 '휘가로의 결혼'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본 이후 달라진 양상이다.


요즘 남산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프로듀서스'에도 투자한 이 사장은 "공연·예술 관련 지식을 쌓는 것도 이제는 중요 업무 중 하나"라고 전한다.




할부,리스,신기술금융 영업을 하는 40여개 캐피털업체들의 업무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고,해외로까지 영업대상을 넓히는 중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실탄은 약 26조원(총자산 기준).최근 공격적인 경영이 재개되면서 올 연말까지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금을 무기로 시중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 메이저 금융권에서 다루기 힘든 틈새영역에 진출,'금융 잡화상'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갖춰 나가고 있다.


한두해 전만 해도 캐피털업체들 사이에선 '주 종목'이 있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나 리스영업,신한캐피탈은 선박리스,연합캐피탈은 산업기계 할부나 리스영업이 주 종목이었다.


그러나 최근 업무 영역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신한캐피탈이 공연·예술 관련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자산 규모 700억원대의 SLS캐피탈 역시 현재 공연되고 있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투자하는 등 공연·예술 분야가 캐피탈 업계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궁극적으로는 투자처를 영화,드라마 등 영상산업 쪽으로 확대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투자업체로 발돋움할 생각"(이동걸 신한캐피탈 사장)까지 할 정도다.


자동차 할부금융,리스업의 강자인 현대캐피탈의 경우 2004년 GE소비자금융과 합작했다.


이후 세계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을 익히면서 소액 신용대출 부문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대출 비중은 GE와 합작한 이후 급격히 늘어나 작년에는 총대출잔액(12조400억여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선에 육박했다.


캐피털회사들은 경쟁사들이 어떤 상품을 팔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속도감지 카메라,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되는 보일러나 CCTV 등을 리스 및 할부 방식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겠다"(임유 여신금융협회 상무)는 분위기다.


업무 영역의 한계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투자 지역 역시 해외로 넓어지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최근 KTB네트워크,동양종금,우리FNI 등과 공동으로 600만달러어치(매입단가 기준)의 중국 기업 무수익여신(NPL)을 매입했다.


지난해 중국 내 골프장 매입을 권유받고 한때 직접투자를 검토했던 한국캐피탈도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