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플라자] 日 양극화 해법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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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가까운 일본에서도 90년대 후반 이후 소득 양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경상소득 지니계수가 1990년 0.433에서 2002년 0.498로 크게 상승했고,OECD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의 빈곤율은 1995년 8%에서 2005년 15.3%로 급상승했다.
이러한 소득 양극화로 인해 패전 후 일본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전국민이 중산층'이란 의미의 '1억 총중류(總中流)' 의식이 최근 급격하게 와해되고 있다.
이에 따라 '1억 총중류'사회를 이끌어 왔던 기존의 일본적 발전양식이 한계에 봉착함으로써 소득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소득 양극화의 원인은 첫째, 장기불황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을 동결하기 시작한 98년부터 급상승해 현재 14%를 기록하고 있다.
둘째, 임금격차의 확대다.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시켜,이들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셋째, 경제정책의 변화다.
90년대 후반 이후 본격화된 일본정부의 재정건전화 정책으로 사회보장비가 삭감되고 소비세율이 인상됨으로써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감소됐고,경기부양을 위한 상속세 감면조치 등은 고소득자의 실질소득을 증가시켰다.
넷째, 고령화의 급진전이다.
독거 생활을 하는 저소득층 노인 수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부를 축적한 노년층의 수도 증가했는데,고령화로 인해 이러한 노년층 내 빈부격차의 확대가 전체의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된 것이다.
일본의 소득 양극화 현상으로 볼 때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먼저 '성장'을 중시하는 개혁을 최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중산층이 탄탄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일본에서조차 장기불황이 기업의 고용능력 저하를 가져와 실업자를 양산시킴으로써 소득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점은 양극화 해소의 전제로서의 '성장'을 각인시키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와 창업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즉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 창출이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소득분배의 개선이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 성장 중심의 정책과 사회통합의 측면을 고려한 정책이 병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한 고이즈미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경기 회복에 성공했으나 이면의 그림자로서 소득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득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도록 성장을 위한 정책과 각종 사회정책 간의 최적의 조합을 추구하는,즉 보다 중층적인 제도 코디네이션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제의 효율성과 기업경영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ALMP)의 동시 추진과 같은 것을 단적인 예로서 거론할 수 있다.
저소득층 근로자의 빈곤화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인 점을 감안해 그들의 소득이 줄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ALMP는 고용과 산업구조 고도화 사이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저생산성 산업부문의 축소에 의해 양산되는 잉여노동자들에게 재취직에 필요한 직업훈련을 실시해 고생산성 산업부문으로 원활하게 취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즉 기업경영의 합리성과 경제전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비정규직의 직무역량 제고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ALMP와의 조합이 스웨덴의 저소득층 보호와 원활한 노동이동을 동시에 가능케 한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음성·탈루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숨어 있는 세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득재분배를 위해서는 과세기반을 보다 면밀하게 파악함으로써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