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하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bluerock@scourt.go.kr > 존경하는 은사님! 새해가 되었습니다. 찾아뵙지 못하고 지면으로 세배 드리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올해도 건강하셔서 계신모습 자체만으로도 계속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제자의 나이도 이제 쉰을 넘기면서 선생님의 크신 사랑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저의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면서 실감은 더욱 깊습니다. 저희들이 학교에 다닐 적엔, 선생님의 가르침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부모님도 선생님의 가르침이라면 모두 수긍하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스승으로서 자세를 잃지 않았고, 제자들을 잘 가르치기 위하여 항상 담당과목을 연구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체벌도 인간됨을 일깨워 주시기 위한 것임을 알았으므로, 저희들은 웃으면서 그 벌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의 급여나 수업환경이 매우 열악하였음에도 싫어하는 내색이 없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제자들을 사립대학 장학생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스승의 남다른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셨습니다. 언제나 사랑으로서 인격을 지도하시고, 중용으로써 학문을 가르치셨습니다. 법관으로서 일하는 것으로 어찌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직 선생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습니다. 선생님, 저의 막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합니다. 축하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우리의 교육현실이 참담해서 일까요? 국가의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가 발전하였다고 자랑이 가득한데, 어찌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한지 궁금합니다. 저도 붉은 띠를 두른 채 근로자로 자칭하는 선생님들께 아이의 교육을 맡기는 일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반대되는 교원단체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것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및 중립성이 훼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아이에게도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중용의 지식과 인격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싶습니다. 교육의 목표는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게 하며, 국가발전과 인류공영에 이바지 하는 것이라 합니다. 교육은 스승이 인격과 학문을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훌륭한 스승에게는 제도나 시설이 부수적인 것일 뿐입니다. 교육을 살리기 위하여 선생님과 같은 스승을 교육현장에 모시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입시문제의 난이도나 입시 제도를 고치는 정도로 그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교육의 핵심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제도는 아무리 손질하여도 단점이 있고, 시설은 교육의 보조임을 모르는지... 지금의 입시제도와 평준화정책은 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백년 후를 생각하는 정책이 아쉬울 뿐입니다. 새해 유난히 선생님의 은혜가 크게 느껴집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