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BC 552~479)는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노나라의 사법과 치안의 최고 책임자 자리인 대사구(大司寇)에 오른 뒤 7일 만에 당시 덕망이 높았던 소정묘를 전격적으로 처형한다. 그리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게 한 채 시신을 궁궐 앞에 3일 동안 매달아 놓는 끔찍한 일을 자행한다. 인(仁)과 예(禮)를 강조하던 공자는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소정묘 파일'(임종욱 지음,달궁,전2권)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에 일어났던 이 정치적 사건에 숨겨진 의미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간 역사추리소설이다. 작가는 춘추시대 노나라 공자학당에서 벌어진 기묘한 살인사건과 현실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춘추시대 노나라 도읍지 곡부에 있는 공자학당에 번지라는 청년이 제자로 입문한다. 공자의 수레를 몰며 학문연마에 몰두하던 번지는 어느날 '作俑者無後'(작용자무후)라는 이상한 글귀가 적힌 죽간을 발견하고 학당의 책임자인 자로(子路)에게 보고한다. 불길한 느낌을 받은 자로는 노나라 최고 권력자인 계환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고 계환자는 누군가 공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음을 눈치챈다. 한편 서울의 모대학 이준섭 교수 연구실에서는 고문서를 주로 다루는 서지학 전공자 위천익이 목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교수는 공자와 논어에 정통한 학자로 중국에서 유학온 위천익과 함께 번지가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번지일기'란 책의 소재를 추적 중이었다. 수사를 맡은 서부경찰서의 최 반장이 이 교수의 운전사를 용의선상에 놓고 수사해 나가던 중 같은 대학의 김오명 교수가 대학 구내에서 독살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문학평론가 김춘식은 '소정묘 파일'에 대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으며 펼치는 사사의 묘미,미스터리와 추리,해박한 동양 고전의 재해석이 함께 담겨있는 흥미진진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