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로 마시느냐,알잔으로 마시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보다는 한 잔의 술로 거친 인생사를 흔연히 바라볼 수 있는 선비적 자세의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필요하죠." 김광수 대검찰청 감찰서기관(51)이 지난달 10일 발간된 '검찰동우' 통권 21호에 '폭탄주와 검찰문화'라는 제목으로 글을 기고했다. 김 서기관은 "검찰에서 폭탄주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5단계 주법을 제시했다. 술잔을 높이 드는 거배(擧杯),술잔을 잠시 들고 인생사를 술잔에 담는 정배(停杯),말에게 재갈을 물리듯 향기를 맛보는 함배(銜杯),천천히 마시는 경배(傾杯),마른 술잔을 보여주는 건배(乾杯) 등 5단계 주법에 맞게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어라,마셔라 하면서 마구 퍼마시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해 '잡것들'이나 할 짓으로,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흥분하거나 파출소를 때려부수는 것은 '정배'단계도 없이 아무렇게나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음주문화에 이처럼 쓴소리를 한 김 서기관은 틈틈이 써오던 시를 모아 작년 12월 '어린 딸과 함께 아침 길을'이라는 제목의 처녀 시집을 내기도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