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나라살림 실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정부 들어 3년 연속 재정 집행상의 오류와 부실한 세수 예측 때문에 차입금 돌려 막기와 자산 급매,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등 전례 없는 변칙적 재정 관리가 거듭되고 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30년짜리,50년짜리 장기 재정운영 계획을 짜고 있다지만 1년짜리 단기 재정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실정에 제대로 된 장기 계획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추경안보다 더 걷히는 세수


31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 말 국세 수입은 지난해 9월 수정 추계치인 127조497억원보다 6000억~7000억원 정도 많은 127조700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목별로는 증권 거래세가 5000억원,양도소득세가 300억~400억원 정도 더 걷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세수 초과액은 127조원에 달하는 국세 규모와 비교했을 때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난해 9월이면 당해분 국세의 70~80%가 걷힌 상태. 때문에 사실상 결산 수치에 거의 근접한 세수 추계가 나와야 하는 시점인 데도 6000억~7000억원 차액이 발생했다는 것은 정부의 재정관리 능력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세입 보전용 국채 발행(3조8000억원)을 요구하면서까지 세수 추계를 부실하게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더군다나 세수 부족분 과대계상으로 목적 예비비(재해재난 때 쓰는 예비비) 6400억원까지 삭감 조치돼 연말 폭설 피해 땐 재원 부족(당시 잔고 18억원)으로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차입금 돌려막기'도 동원


문제는 이런 일이 2003년,2004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2003년 말 정부는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 1조원을 일반 회계에서 갚지 못하게 되자 양곡관리 특별회계에서 자금을 끌어다 돌려 막았다. 국고(일반 회계)가 비자 특별회계 예산을 전용한 것이다. 이듬해 국회에서는 이를 놓고 분식회계 논란까지 벌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고 수납과 지출 사이에 2~3일간의 갭(시간차)이 발생해 생긴 회계처리상 문제이며 (그런 일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말했다.


◆자산 급매로 나라 재산 '공중분해'


2004년은 정부가 세수부족 사태를 숨기려다 멀쩡한 자산을 급매 처분해 손해를 본 경우. 2004년 세수 부족분은 4조3000억원에 이르렀으나 정부는 막판까지 이를 숨겼다. 대신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보유 중이던 한국전력 주식 1959만주(3.06%)를 주당 2만7000원에 처분,5300억원을 긴급 조달하는 한편 지출 예정이었던 예산 2조원도 불용 처리(쓰지 않기로)했다.


현재 한전 주가(주당 4만원 선)를 감안할 때 2547억원이 정부의 고집 탓에 공중으로 날아간 셈이다.


기획예산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집행 과정에서 세입과 세출 간 불일치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수진·김현석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