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悳煥 <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 우주 개발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외나로도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센터가 건설되고,최초의 한국인 우주인도 곧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10년 전부터 추진해온 중장기 우주 개발 계획에 따르면 우리는 곧 세계 10위 권의 우주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주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와 있다. 방송 전화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의 상당 부분이 우주에 떠있는 통신위성을 통해 이뤄진다. 적도 지방에서 발생한 태풍과 내몽골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도 기상위성이 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 항공기와 선박은 인공위성을 이용한 GPS(지구위치확인시스템)가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 구글이 보여주는 지구촌 구석구석의 3차원 모습도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것이다. 물론 그런 기술이 그냥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우주 개발 선진국들의 엄청난 투자와 치열한 경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국가가 위성을 이용한 통신,기상 및 지형 관측,정찰 등을 통해 얻고 있는 상업적 이득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군사적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우주 개발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는 우주 정거장을 왕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유일한 국가다.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까지 우주 개발 경쟁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개발했다. 우리는 1992년에 대학 연구실에서 어렵게 제작한 '우리별 1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시작으로 우주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9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주센터가 완공되면 러시아의 도움으로 개발한 발사체(로켓)로 직접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도 갖추게 되고,2015년까지 다목적 실용위성을 포함해 9개의 우리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 우주개발 기술이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종합 예술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우주개발 기술은 앞으로 더욱 빛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우주 개발은 단순한 기술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력 확보에 따른 사회적 준비도 필요하다. 우선 우주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오늘날 당초 떠들썩하던 위성방송은 간 곳이 없고,느닷없이 전천후 고해상도 사진 촬영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벼 작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국자의 옹색한 주장만으로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우주 개발 사업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분명한 논리는 꼭 필요하다. 물론 황우석 사태를 불러온 것과 같은 과장된 거품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우주 시대에 걸맞은 제도 정비와 사회적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 무궁화 1호의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후 4년이 지나서야 겨우 국회에서 위성방송에 관련된 통합 방송법을 통과시킨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제도와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주 개발 투자는 아까운 사회적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우주 개발의 실용성에만 매달리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우주를 기반으로 얻을 수 있는 과학지식의 증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우주의 정체와 기원을 밝혀내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과학 발전을 위한 노력은 무시하고 열매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지식기반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