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에 대한 미국 등 서방국가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다국적기업의 이란 철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3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스위스,네덜란드의 ABN암로 등 금융회사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 에너지 기업인 핼리버튼,베이커휴스,코코노필립스,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움(BP)이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란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서방의 모 가전업체와 자동차 메이커도 최근 이란 내 공장 건설 계약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헤란에서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시러스 라자기씨는 "정치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투자 환경이 나빠진 데다 이란 정부도 외국 자본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낸 작년 가을부터 유럽 기업들이 이란을 떠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 법무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탈 이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 법무부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아직까지 이란에서 활동 중인 영국의 HSBC,스탠다드차타드,프랑스의 BNP파리바 등 금융회사들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젬 바지리-하마네흐 이란 석유장관은 지난 31일 "석유와 핵 문제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자국의 핵 개발을 둘러싼 서방측과의 마찰을 이유로 석유 수출량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