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대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사실상 완성해 놓고도 구체적인 발표 시기와 형식을 정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 이후 증세 논란이 불거진 데다 오는 5월 말 지방 선거가 있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서다.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의 발표가 증세 논란에 기름을 부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을 염려한다는 얘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에 대한 외부 용역 결과가 나와 마지막 정리 중이지만 발표 시기와 형식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중순 이후 내놓는다는 것 외엔 정해진 게 없다"고 1일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래는 2월 중순부터 부문별로 나눠 공청회를 열고 용역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그럴 경우 증세 논쟁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발표해 버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증세 논쟁을 부를 게 뻔한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정부가 왜 하필 지방 선거 전에 내놓으려 하느냐'는 열린우리당 일각의 비판도 재경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조차 "어차피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중·장기 세제개혁 방안을 미묘한 시점에 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작년 말부터 외부 연구기관을 동원해 작성해 온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넘어갈 처지도 아니다. 지방 선거를 의식한 몸 사리기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더구나 증세 논란을 의식해 이번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등은 일절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한 뒤여서 발표가 나오더라도 '알맹이'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