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5:52
수정2006.04.08 19:49
조임출 < 중앙리서치대표 iccho@crc.co.kr >
우리 주위에 가진 재산,즉 돈은 많은데 여유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은 넉넉하지 않지만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돈=부자'라는 일반적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당장 죽어도 돈 한번 실컷 써보고 죽고 싶다거나,돈이 무엇인지 돈에서 해방되어 살고 싶다는 우리 서민들의 애환을 뒤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이 없으면 기본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고 불편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서 풍요로움을 느끼는 진정한 의미의 부자(富者)와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윤택하고 활기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졸부(猝富)의 차이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첫째,돈을 버는 과정이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모은 경우는 나름대로 차별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배가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절제와 인내력 등 정신적 성숙과정을 거치게 된다.
부자와 졸부의 차이는 가진 돈만큼 성숙된 인격을 동시에 가졌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구분된다.
둘째,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아느냐,모르느냐의 차이가 크다.
남의 도움 없이 돈을 벌고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재테크 등 정보도 중요하고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남의 추천도 필요하다.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싫든 좋든 남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고 금전 시간 투자도 필요하다.
나름대로 고객자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와 졸부는 이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졸부는 인간관계를 무시해도 되기 때문이다.
셋째,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상대적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부자는 돈도 중요하지만 명예도 중요하고,예술도 중요하고,이웃과 가족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돈 버는 과정에서 가진 자들의 교만도 보게 되고,돈 때문에 형제의 우애가 금이 가고,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즉 부자는 나름대로 '돈'에 대한 철학을 가지게 되지만 졸부는 '돈=최고의 선'이라는 생각만 하면 된다.
이렇게 볼 때 부자와 졸부는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돈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느냐,없느냐로 구분된다.
부자는 돈도 있지만 지적 자산도 있으며 인간미도 풍기고 겸손하다.
그러나 졸부는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인간을 평가하려는 교만이 숨어 있다.
부자는 나눔과 배려의 미덕을 알고,돈을 쓸 줄 안다.
그러나 졸부는 가까운 사이라도 돈만 벌 수 있다면 상대를 저버릴 수 있는 냉혹함이 엿보인다.
돈은 필요하다. 그리고 돈 없이 살 수 없다.
돈의 많고 적음은 분명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 '가난의 속박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만 재물의 속박은 벗어나기 힘들다'는 명언을 다시 한번 되씹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