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강업종 만큼 시황이 급변하는 분야도 없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철강업종은 과잉생산과 제품가격 하락으로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확 달라졌다. 철강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조짐인 데다 유통 재고물량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업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조차 헷갈려하는 분위기다. 한 애널리스트는 "어림짐작으로 좋아지는 쪽으로 잡히긴 하지만 아직 단언하기는 이른 상태"라고 말했다. 철강주들도 올 1월 중순까지의 급락세에서 벗어나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강한 상승흐름은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향후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우선 철강 경기의 최대 변수 중 하나인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와 달리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안산강철 번시강철 등 중국 철강업체들이 2월 내수 판매가격을 소폭 인상키로 했다. 이달 말 예정된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철강의 가격 인상 여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소폭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에는 중국 업체들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인하가 국내 업체들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면서 업황이 악화됐으나 최근 들어 반전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올해 부정적으로 내다봤던 실적전망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 유통 재고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9월 113만8000t에 달했던 재고는 10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12월에는 99만2000t으로 줄어들었다. 자동차 부문 등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데 힘입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 내수판매 증가는 물론 건설 부문 경기 호조에 따라 철강 수요가 더 늘어나 수급이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일각에선 최근 상황이 철강 경기의 본격적인 상승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