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GPS ‥ 하종선 <현대해상화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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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선 < 현대해상화재 사장·jason@hi.co.kr >
요즘 우리 생활 속에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라는 첨단기술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장소 기상여건에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정확한 위치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 기술은 그 응용 분야가 생각보다 꽤 폭 넓다.
가장 친숙하게는 자동차에 부착해 가고자 하는 곳의 위치를 찾아가도록 하는 기능이 있고 휴대전화의 인기 아이템인 친구찾기나 위치추적서비스 역시 GPS를 이용한 것이다.
GPS는 또한 대역사(大役事)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 터널공사 때도 GPS가 사용됐는데 영국의 작업자들은 도버에서부터,프랑스 기술자들은 프랑스 칼레이에서부터 공사를 시작해 GPS 수신기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해가면서 정확하게 중간지점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강대교 공사 또한 시공 마지막 단계에서 아치구조물을 정확한 위치에 올려 놓는 데에 GPS 장비시스템이 활용됐다고 한다.
필자의 회사도 고객의 교통사고 발생시 GPS를 활용,사고현장으로부터 가장 가까이 있는 출동요원의 위치를 파악해 최단시간 내에 출동하게 하는 최첨단 보상서비스시스템을 구축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듯 GPS의 응용기술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생활 전반에 활용되고 있는데,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 GPS 역시 우리 삶에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을 일으키기도 한다.
차량에 부착되는 GPS의 경우 사고 다발지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한속도를 경고해 준다는 점에서 안전 운전을 위한 장치일 수 있으나 속도 감지기가 없는 곳에서는 과속을 일삼게 돼 오히려 더 많은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GPS의 역기능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악용될 여지를 배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지리적 위치를 알려주는 GPS처럼 개인의 삶이나 기업의 성장 과정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해주는 그런 GPS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게 해주고 궤도에서 이탈하면 바로 알려주는 삶의 GPS가 있었으면 한다.
비전(Vision)이 그와 같은 GPS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비전을 갖고 그 비전에 비춰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 판단해 궤도 수정을 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성과 위주의 정량적인 비전에 치우쳐 온 경향이 있다.
기업은 최고와 최초만이 전부인 양 업계 1위와 글로벌 1위만을 생각해왔고 국가적으로는 GDP 성장률,일인당 소득액 등에 비중을 두어 왔다.
이제부터는 물질적인 삶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판단할 수 있는 GPS를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