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발생한 이집트 여객선 침몰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68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3일 저녁까지 확인된 생존자는 310여명에 불과하다. 승객들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이집트 근로자와 메카 성지순례에 갔던 이집트 무슬림들이었다고 이집트 관계자들이 전했다. ◆사고 원인=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선박 자체가 노후한 데다 기상 여건이 나빴던 게 화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가 난 '알 살람 보카치오98'호는 지난 1970년 건조됐으며 이탈리아에서 이미 한 차례 퇴역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또 1999년에는 다른 선박과 해상에서 충돌 사고를 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 당시 파도가 높았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배가 심하게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싣고가던 차량이 내부에서 선박의 몸체와 부딪치면서 구멍이 뚫려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선박 전문가인 폴 비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난 여객선의 승객 정원이 1400명을 넘는 점에 비춰볼 때 과적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배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싣고 가던 차량이 배와 부딪치면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배에는 5대의 트럭과 22대의 승용차가 실려 있었다. 그러나 로이드해양잡지의 데이비드 오슬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선박은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사람과 짐을 지나치게 많이 실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회사측은 사고 선박에서 어떤 구조요청 신호(SOS)는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존자 및 구조작업=지금까지 300여구의 시체와 310여명의 생존자가 발견됐다고 CNN이 이집트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이 여객선이 가던 항로는 수많은 여객선이 다니는 곳이어서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현재 사고 현장에 헬리콥터를 급파해 생존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하메드 루프티 만수르 이집트 교통부장관은 "해안 경비대가 인명 구조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프리깃함 4척이 사고 현장에 곧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는 또 사우디 정부에 구조 작업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도 구조작업 지원을 위해 군함과 순찰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