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이라던 그 많던 신약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국내 일부 제약회사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신약 개발 착수 소식은 대대적으로 발표하면서도 개발에 실패하거나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입닫기' 전략을 취해 빈축을 사고 있다. 신약은 개발에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후보물질을 발굴했다는 소식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곤 한다. 특히 바이오 벤처기업의 경우 신약 개발 여부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로 꼽힌다. 따라서 신약 개발은 다른 어느 연구개발(R&D) 진행 상황보다 정확한 정보가 외부에 제공돼야 하나 일부 기업들은 신약 개발 발표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다음 이후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몰라라'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뉴로테크는 지난해 1월 "2005년 9월부터 미국에서 뇌졸중 치료제 신약 '뉴2000'에 대해 현지 임상시험에 들어가 2007년에 미국 머크사에 일시불 1000억원과 추가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다. 또 머크의 한국 법인인 한국MSD는 뉴로테크와 본사가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로테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임상시험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머크와의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2002년 '알로페론'이라는 신약 기초물질에 대해 국내 임상시험을 거쳐 2005년에 B형 및 C형 간염치료제로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아약품은 지난 2001년 녹차추출물에서 관상동맥 재협착을 예방하는 신약 기초물질을 개발해 2002년 7월부터 임상시험을 실시한다고 밝혔으나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동아제약은 지난 98년 유한양행과 공동으로 환자의 뼈를 분해하는 '카텝신-K'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골다공증 치료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R&D 역량이나 자본 규모가 앞선 선진국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에 나섰다 실패하는 사례는 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약연구제조자협회(PhRMA)의 2005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개의 신물질이 신약으로 이어질 확률은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신약으로 인정받으려면 독성실험과 동물실험,임상1,2,3단계 시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독성,약효 부진 등이 발견돼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선진국에서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지체없이 알려 회사 연구개발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화이자도 지난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 신약을 임상 최종 단계(3단계)까지 진행하다 기대했던 효능이 나오지 않자 포기했으며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실패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기업들끼리도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신약 개발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