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 경제학 >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작년 한 해 동안 2%에 불과하던 원화의 달러화 대비 절상률이 올들어 불과 한 달 사이에 5%에 이른다. 이에 따라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1월 중 수출증가율이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에 그쳐,월별 수치로는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다.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1월 수입증가율은 17.6%로 전달보다도 커졌다. 이에 따라 무역 수지 흑자폭도 크게 줄어 1월중 무역흑자는 5억9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무역외 수지가 계속해서 큰 폭의 적자임을 감안하면 경상수지가 언제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 이렇게 되자 정부부처 사이에 외환시장 개입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요구하고 있으나,재정경제부는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의 환율수준이 일시적인 현상인지,아니면 변화된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균형 환율인지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섣부른 시장개입은 환율안정에는 별 성과도 없이 막대한 금전적 손실만 초래할 수 있다. 지금과는 외환사정이 정반대였지만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으로는 정부의 무모한 외환시장개입이 지적된다. 당시 환율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소중한 외환 보유고만 낭비하고,국내에서 이탈하는 외국자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시장의 급격한 원화 평가절하를 방치했다면,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외국자본의 환손실도 그만큼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자산가격과 마찬가지로,환율이라는 원화 가격도 시장에서 원화와 외화의 상대적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국내로의 외국자본 유입은 외환보유액을 계속 증대시켰다.1월 말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2170억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 증대는 곧바로 국내 통화공급의 증가로 나타난다. 따라서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시장에서 인위적으로 달러를 매입하기엔 통화관리 부담이 너무 크다. 직접적 시장개입 없이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외환수요를 늘려 외환의 과잉공급을 해소시키는 방안밖에 없다. 이러한 방안의 하나로 정부는 올해 개인의 해외부동산 구입한도를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늘렸다. 그러나 이 정도론 부족하다. 외환관리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 개인이 금융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국내외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산의 '해외도피'라는 개념은 외화가 부족하던 시대의 산물이다. 국제화시대에 해외에 자산을 소유하든 국내에 소유하든 국민 소유이긴 마찬가지다. 한편 정부에선 지속적 성장을 위해 국내 투자,특히 설비투자 증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투자 증대를 위해선 외국으로부터 자본재와 기술을 수입해야 하고 인적 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환수요는 저절로 창출된다. 투자증대를 위해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하다.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대응이 외환시장과는 아주 대조적이란 점이다. 정부정책은 주택가격,특히 강남 주택 안정을 위해 재산세 양도소득세의 인상과 더불어 개발부담금 신설,재개발의무연한 상향조정 등 재개발 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현재 강남의 주택 공급을 증대하기 위해선 재개발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은 가격상승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주택 보유가구가 6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상승은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킨다. 강남주택시장 자체를 동결시켜 가격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최상의 정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