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대륙 차원의 이른바 '에너지 독립'을 이룩하려는 동맹 구축이 빨라지고 있다.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4일 베네수엘라 등과 연대한 에너지 동맹을 맺어 궁극적으로 남미 대륙 자체적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의 생산과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남미국가들이 기존의 서방 에너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남미 차원의 '에너지 홀로서기'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볼리비아 국영 에너지사(YPFB) 호르헤 알바라도 신임 사장은 4일 AP통신과 회견에서 남미 에너지 동맹에 중미권과 카리브해권을 포함한 중남미 내 모든 에너지 생산 국가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길어도 5년 내 이를 담당할 회사를 가질 것"이라며 "다른 대륙에 에너지를 주는 것보다 남미 내 안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볼리비아는 우선 자국 내 서방 기업들의 현 에너지 개발 계약 내용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통과된 에너지 관련 입법 조치에 따르면 서방 기업들이 납부해야 할 천연가스 및 석유 개발 세율이 기존 18%에서 50%로 인상되고 모든 사업에서 YPFB의 지분을 최소한 50%로 유지해야 한다. 알바라도 사장은 서방 에너지 기업들이 앞으로 바뀐 규정에 따라 '주인이 아닌 동반자'자격으로 참여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남미의 '에너지 독립'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인디오 출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산 디젤유를 농산품과 교환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는 또 YPFB가 볼리비아 내 주유소 운영권을 되찾도록 1000만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차베스는 '에너지 동맹'에 참가하는 중남미 국가들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으면 절반을 깎아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라파엘 라미레스 베네수엘라 에너지 장관은 스페인 에너지 대기업 렙솔 YPF 등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에 속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을 증시에서 자신들의 것으로 공시한 데 대해 '식민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