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폭풍전야] (上) 글로벌로펌 '한지붕 두가족'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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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는 변호사 수가 3300여명으로 전 세계 로펌 중 가장 많다.
세계 최대 로펌의 일본지사 대변인 역할을 하는 간다 에이이치 변호사는 "국제 거래에 간여하면서도 자국 법에 밝은 로펌에 관심이 많다"며 "일본에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을 자문해 줘야 하는 만큼 일본 법에 밝은 변호사들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5명의 영국 변호사와 26명의 일본 변호사가 한솥밥을 먹고 있는 클리포드 챈스의 일본 내 서열은 현재 14위.향후 세 불리기에 나서 일본 변호사 숫자를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일본 대형 로펌과의 합병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대형 로펌과 합치면 서로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로펌 입장에서도 특정 외국 로펌과 합병할 경우 더 이상 다른 외국계 로펌과는 일할 수 없어 이익보다는 손해가 훨씬 크다.
클리포드 챈스도 일본에 진출한 대부분 외국계 로펌처럼 문호개방 첫 해인 1987년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시장개방 일정에 맞춰 2001년에 중소형 로펌 2개와 공동사업을 하기로 제휴를 맺었다가 지난해 4월 아예 이들과 한살림(합병)을 차렸다.
클리포드 챈스의 일본 지사 운영방식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일본 변호사들끼리는 고용관계로 얽혀 있지만 영국과 일본 변호사들 간은 대등한 관계다.
로펌 명칭과 건물을 공유하고 팀을 구성해 함께 일을 하지만 이익은 별도로 분배한다.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독일에서도 적용된다.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로펌의 양대 산맥인 영국 로펌들은 현지 로펌과 공동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아예 전권을 상대에 위임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큰 로펌인 영국계 프레시 필즈는 지난해 2000년 합병한 독일 로펌 브룩하우스 데링어와 공동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프레시 필즈의 다니엘 레히트 변호사는 "합병 당시 독일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프레시 필즈 본사 변호사들에 비해 차별받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 우려를 없애기 위해 영국 변호사와 독일 변호사가 공동 대표로 취임하면서 함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로펌인 링클레이터스는 독일 현지 로펌에 아예 경영권 전부를 넘겨주었다.
이 로펌의 이사회는 링클레이터스에 합병된 독일 로펌 오펜호프 래들러에 소속된 독일 변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영국 본사가 수립한 경영방침을 존중하면서 자율적으로 로펌을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