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의 경영참여 선언으로 KT&G 사태는 소버린의 SK㈜ 사태를 닮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T&G측은 아이칸의 경영참여 선언에 대해 겉으로는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담담한 반응이지만 지난 주말에도 관련 임직원이 모두 출근해 대책 회의를 갖는 등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KT&G는 우호세력 확보에 나서는 등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주주 총회를 앞두고 표대결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아이칸,왜 KT&G 노렸나? KT&G에 대한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하반기 영국계 펀드인 TCI(더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가 외국계 주주들과 공동으로 KT&G의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고 KT&G가 난색을 표하자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었다. 당시 주가는 M&A 가능성이 부각되며 한 달여간 16.3% 상승했다. 이 일은 KT&G의 막대한 자산 가치와 그에 비해 취약한 지분 구조가 외국계 펀드 사이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외국계가 이처럼 KT&G를 노리는 것은 8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자산 가치 때문이다. 부국증권에 따르면 현재 KT&G는 대구 수원 전주 청주 등에 담배공장 부지를 갖고 있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무려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또 100% 자회사로 인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인삼공사 가치는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탄탄한 실적과 시장 지배력도 KT&G의 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이번 KT&G 경영참여 선언의 실질적인 주도자로 리히텐슈타인을 지목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아이칸보다 앞서 KT&G 지분 취득에 나섰고 먼저 KT&G를 방문했다. ◆M&A 가능성 있나? 아이칸의 이사 선임 요구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단순한 주가 흔들기'와 'M&A 시도를 위한 포석 마련'이라는 두 가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과거 TCI가 경영권 위협 이후 대부분의 주식을 팔고 차익을 실현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 역시 주가 띄우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 표대결 결과 외국계 지분을 결집한 아이칸 등이 KT&G 현 경영진측을 이긴다면 향후 M&A 시도가 본격화될 공산도 적지 않다. 현재 KT&G측의 우호 지분은 중소기업은행(5.8%)과 우리사주조합(7.1%)의 12.9%를 포함해 15% 선에 이른다. 국내 기관과 연기금 등도 주총에서 KT&G측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자들이 KT&G의 손을 들어줄 경우 총 우호 지분은 28% 정도다. KT&G는 외국계 투자자 중 현 경영진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해 온 프랭클린 뮤추얼 어드바이저스(7.14%)도 KT&G측에 가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61.8%에 이른다. 한 전문가는 "아이칸측의 주가부양 의지가 확인된다면 외국인들이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요 외국계 펀드들이 아이칸측에 가세할 경우 KT&G의 경영권 방어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