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다. 솔직히 공짜 싫은 사람이 있으랴.공짜라면 일단 귀가 솔깃하고 눈도 번쩍 뜨인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데도 수많은 여성들이 공짜 마사지라는 말에 비싼 화장품 세트를 사고,돈으로 따지면 얼마 안되는 사은품을 받느라 많은 시간 써가며 백화점을 찾는다. 이런 건 그래도 양반이다. 한푼이라도 절약해보려는 알뜰함의 표시니까. 문제는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사람들이 공짜를 힘의 상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알 만한 사람이 공짜 극장표를 쓰면서 마일리지 적립은 안되느냐고 했다는 황당한 얘기도 있지만 공연장 특별석이 초대권을 받고 오지 않은 이들 때문에 텅 비는 건 언제 봐도 씁쓸하다. 국회의원들이 KTX 등 열차를 공짜로 탄다는 것도 그렇다. 국회법 31조(국회의원은 국유의 철도ㆍ선박ㆍ항공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를 들어 무임승차를 해왔다는 건데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어 법적 근거가 사라지고 그에 따라 공사에서 조치를 요구했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란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2000년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칸영화제 감독상)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성공엔 맛도 향기도 없어서 성공한 사람은 자기가 성공한 걸 몰라요.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의 친절에 의지하죠." 국회의원 등 소위 '높은' 분들이 공짜를 좋아하는 것도 여기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하듯 타인의 친절로 성공을 확인해 버릇하면 처음엔 고맙던 친절이 당연해 보이고,다음엔 친절과 특혜가 구분되지 않고,점차 특혜가 마땅히 누릴 권리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일반의 존경 내지 예우는 그들이 보통사람보다 조금은 덜 이기적이고 덜 얌체 같고 나아가 모든 이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솔선수범해주리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힘 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특혜에 물들어 일반인처럼 뭔가를 돈 내고 구하면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하는 한 이땅의 미래는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