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KT&G 경영권 위협 속수무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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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펀드 칼 아이칸이 KT&G 지분 6.59%를 확보,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이사선임 등 경영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로 인한 경영권 분쟁과 적대적 M&A(기업인수ㆍ합병)의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고 보면 앞으로의 심각한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아이칸은 일부 지분을 매집한 지난해 말 이미 KT&G에 자사주 소각과 자회사인 인삼공사의 부동산 매각,배당확대 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아이칸의 행태는 과거 SK㈜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무려 1조원의 이득을 챙기고 빠져나간 유럽계 펀드 소버린의 경우와 다를바 없다. '소버린 사태의 재판(再版)'이 걱정되는 이유다.
국내 우량기업이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노출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사실상의 담배독점기업인 KT&G가 공격대상이 된데서 보듯, 일반기업뿐 아니라 민영화된 공기업까지 적대적 M&A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는데 있다. 국가 기간통신업체인 KT만 하더라도 외국인지분율이 46%,포스코는 69%로 외국인들의 경영권 공격에 극히 취약한 지분구조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은 이들 외국인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全無)한 상태다. 오히려 출자총액제한,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역차별적 규제로 방어를 어렵게 함으로써 외국인들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대주주가 신주를 싼 값에 인수할 수 있게 하는 포이즌 필을 비롯해 황금주,차등의결권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물론 개방경제 시대에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외국자본의 공격은 과다한 경영권 방어비용의 지출을 불가피하게 하고,이는 결국 국부(國富)유출과 투자여력 위축으로 연결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렀던 소버린 사태로 충분히 입증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출자규제와 의결권 제한 등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적 규제의 철폐,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당장 시급하다. 이런 걸림돌이 존재하는 한 외국자본의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