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공동 마케팅에 들어간다고 선언,두 기업 간 '보이지 않는 협력관계'가 새삼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양사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상호 할인 혜택을 주는 '글로벌 넘버원 페스티벌'을 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한 달간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앞서 두 회사는 2001년과 2002년에도 제휴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비중을 감안할 때 이번 공동 마케팅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핏 라이벌로 비쳐지는 두 기업의 협력은 재계 리딩 컴퍼니로서 '위기 때마다 서로 돕는다'는 깊은 뜻도 숨겨져 있다는 게 재계 일각의 관측이다.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글로벌 넘버원 페스티벌'을 통해 두 회사 제품을 함께 사는 고객에게 값을 깎아주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HD급 파브 PDP TV(42인치 이상)나 LCD TV(40인치 이상),노트북컴퓨터(센스)를 구입하는 고객이 현대차의 에쿠스나 그랜저 쏘나타 투싼을 사면 차값을 10만~30만원씩 할인해준다.


역으로 현대차를 산 고객들에게는 삼성의 가전제품과 노트북 가격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이 같은 제휴 이벤트를 신문광고와 홈페이지,이메일,지점 포스터,전시물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공동으로 알리는 등 전방위 마케팅을 펼쳐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종 대표기업 간 제휴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환율 급락과 고유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윈윈 마케팅'이 내수 소비심리를 회복시키는 데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돈독한 관계'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동 마케팅을 펼친 것만 해도 2002년 3월과 5월 두 차례를 포함해 이번까지 세 번째다.


두 회사는 공식적인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 이전에도 총수들끼리의 '교감'에 따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왔다.


과거의 경쟁관계가 풀리고 화해 무드가 흐르기 시작한 때는 2001년.그해 3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부사장급 이상의 업무용 차량을 르노삼성의 SM5에서 현대차 에쿠스로 전격 교체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권유를 흔쾌히 받아들여 60억원을 들여 100대의 에쿠스를 구매하도록 했다.


현대차도 곧바로 화답했다.


삼성카드를 법인카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9월에는 직원에게 나눠줄 추석선물로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대량 구입했다.


2002년에도 '주거니 받거니 식'의 거래는 이어졌다.


기아차가 삼성전자 노트북컴퓨터 4000대를 구매하자 삼성은 승진 임원이 업무용 차량으로 SM5 외에 그랜저XG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두 회사는 그해 3월 고급 브랜드인 뉴그랜저XG와 파브(디지털TV),5월에는 젊은층 브랜드인 애니콜(휴대폰)과 클릭(소형차)의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