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앨런 그린스펀.그만큼 역사상 갈채를 받은 인물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정치·경제·언론계 인사들은 미국 재정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그의 미증유적 능력에 갈채를 보냈다. 그는 1987년 다우지수가 급락했을 때,수년 전 하이테크 버블이 붕괴됐을 때 등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타고난 지혜와 천성적인 능력으로 상황을 돌파해 나갔다. 그는 국회와 재계 모두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그가 남긴 기록들은 어떤 게 있을까. 수치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나 실업률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금융 시스템도 좋아졌고 시장도 좋아졌다. 그는 미디어를 다루고 시장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데도 훌륭했다. 급작스러운 변화없이 정책과 금리를 변동할 때는 미리 신호를 보냈다. 충분한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 시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그렇다면 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 슬프게도 그린스펀은 그의 후임자들이 방향을 잘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남겨놓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린스펀은 그의 직감에서 비롯된 결단력으로 FRB를 이끌어 왔다. 그의 직감은 대부분 맞았지만,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FRB가 경제를 잘 조율해 왔다고 믿는다. 일례로 경제가 둔화되면 돈을 더 많이 찍어내 시장에 자극을 줬다. 또 경기가 너무 뜬다고 생각하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실수도 했다. 1997년 FRB가 펼친 긴축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한 바 있다. 그 결과 아시아 시장에 타격을 줬으며 상품 시장이 붕괴됐고,브라질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피해를 입혔다. 1999년 농작물 가격의 가파른 하락으로 미국 정부는 농업 예산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린스펀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실수를 남기고 떠났다. 2002년 FRB는 지나친 긴축 정책을 풀었고 그 결과 주식 시장은 다시 살아났다. 2003년 5월의 절세 정책과 맞물려 경제를 더욱 활성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지나쳤다. 너무 많은 화폐를 찍어낸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말을 듣기 싫어하지만 '금'은 통화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남기고 떠난 그린스펀도 통화정책을 펴나가는 데 있어 금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금값은 변동성이 거의 없다. 달러가 넘쳐나도 금의 가치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 금은 통화정책을 펼칠 때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바로미터인 것이다. 일례로 1970년대 끔찍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때 금값은 높이 뛰었다. 그러나 그린스펀도 그랬고,모든 경제학자들이 그랬듯,그린스펀의 후임으로 오른 벤 버냉키도 바로미터로서의 금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25년 내 재발해 버냉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이 칼럼은 미 경제 주간지 포브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포브스가 월스트리트저널에 'Oracle of the Fed'란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