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옷이 날개를 달았다.


미리 입어 보고 살 수 없는 '무점포 판매'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옷이 온라인 몰에서 전자·통신기기를 제치고 최대 판매 품목 자리에 올라선 것.


6일 통계청에 따르면 한 달간의 사이버쇼핑몰 거래액이 처음 1조원을 돌파한 지난해 11월 패션상품은 총 1883억원어치가 팔려나가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6%를 기록했다.


1년 전(13.4%)에 비해 5%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반면 줄곧 1위를 지켜온 전자·통신기기는 판매 비중이 19.6%에서 16.7%로 낮아지면서 1위 품목 자리를 내줬다.



패션상품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온라인몰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신장률이 20~30%를 넘지 못한 반면 온라인몰에서는 무려 97.2%나 매출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온라인 패션시장의 확대에 대해 "옥션 G마켓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환경이 패션상품 거래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이동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는 달리 마켓플레이스는 다수의 판매자가 자유롭게 입점할 수 있고,상품 등록도 무제한 가능하다"며 "이런 특성이 상품 구색을 중시하는 패션상품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판매자가 경쟁하는 가운데 옥석이 가려지는 '시장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정원 옥션 의류팀장은 "자유로운 상품 등록이 가능해 하루에도 수백명의 판매자가 새로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곳이 바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라며 "패션상품의 경우엔 이런 부침이 더욱 심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마켓플레이스의 패션매장은 그 어떤 전문 상품기획자가 꾸민 매장보다 알찬 구성이 자연스레 이뤄지게 되는 것.


이렇게 온라인 패션매장이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고 유행을 가장 먼저 반영하게 되면서 전자상거래에 익숙지 않던 20대 초·중반 여성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정용환 인터파크 패션팀장은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오픈마켓을 열고 난 뒤 여성 고객의 의류 구매가 50% 이상 늘었다"며 "앞으로 패션상품군은 회사에서 직접 상품을 기획하기보다는 오픈마켓을 키우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판매자들이 인터넷에 자신이 직접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려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등 다양한 판매 기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빠른 판매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가 채택하고 있는 '에스크로 시스템'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해야만 판매자에게 대금이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회사원 이나라씨(31)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옷을 집에서 입어보고 마음에 들 때만 '구매 확정'을 누른다"며 "요즘은 반품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몸에 맞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