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마련한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그램이 첫 시행에 들어간 6일 오전 서울 강변북로(성수∼청담대교) 확장공사 현장. 쌍용건설이 담당하고 있는 이 공사구간 동쪽에 위치한 청담대교 진입로 교각공사 현장(광진구 노유동)에는 노숙인 3명이 영하의 강바람 속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갈색 작업화,건설업체 로고가 새겨진 안전모와 작업복.일견 다른 기능공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이날 노숙생활 4년차인 정모씨(47)의 감회는 남달랐다. 2002년 초부터 노숙을 시작한 정씨는 부인과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져 가정은 이미 붕괴됐다. 그래서인지 정씨는 이번 일자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씨는 "무엇보다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뿌듯하다. 이젠 미래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변북로 중앙분리대(성수∼영동대교) 공사 현장에 투입된 또 다른 노숙인 3명의 바람도 정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용산역 근처에서 노숙했다는 김모씨(58)는 "계속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벌면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날도 오지 않겠느냐"며 뒷말을 흐렸다. 이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돈 쌍용건설 소장은 이날 노숙인들의 첫 출근모습을 보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꿨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의 상당수가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다른 일용직 인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지각한 노숙인은 한 명도 없다"고 이 소장은 전했다. 이날 서울시 프로그램에 따라 600여명에 달하는 노숙인이 149개 건설현장에서 노동의 기쁨을 맛봤다. 시는 연말까지 노숙인 일자리 수를 12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노숙인들에 따르면 서울시내 노숙인 3000여명 중 상당수는 카드빚에다 일자리까지 구하지 못해 거리를 떠돈다고 한다. 불안한 신분과 정신상태가 정상인과 다를 것이라는 선입관도 이들의 노숙생활을 연장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당 5만원씩을 모아서 작은 전세방을 얻고 3년 전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4년차 노숙인 정씨의 작은 소망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