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협력 관계인 하버드의대 교육병원 연합체(PHS) 해외비즈니스 책임자들이 본 센터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할인점 유통회사인 월마트(Wal-Mart)가 약국 체인사업에 이어 의원 체인사업에도 진출키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할인점 안에 의료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런칭한다는 이야기였다. 상식적으로 할인점 유통사업은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유통규모 확대를 통한 가격할인이 비즈니스의 핵심인 것을 감안 했을 때 월마트의 의료서비스 진출은 의료서비스 산업화에 있어 극단의 측면을 시사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최근 대형 할인점과 생명보험사들이 연계해 할인점에서 건강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최근 'Medical Tourism'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말 그대로 여행과 의료서비스가 결합된 것이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가 Medical Tourism을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싱가포르는 2003년에 23만명의 의료여행객들(medical visitors)이 방문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감안할 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Medical Tourism 비즈니스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투자전문회사들이 2006년 세계 주식시장 전망에서 향후 10년간 세계 증시를 주도할 '빅3' 종목으로 에너지,나노,건강을 꼽았다. 더구나 인도 아폴로병원과 싱가포르 파크웨이 라플스병원 등 신흥시장의 병원 체인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병원 체인이 갖는 경쟁력은 무엇보다도 가격 효율성이다. 적절한 가격에 적정 수준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동맥 우회술(Heart Bypass Surgery )의 경우 미국에서는 8만달러가 드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1만달러 정도면 가능하다. 여기에 건강 검진,관광,스파치료까지 부가서비스로 곁들여진다. 지난해 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공청회가 시민단체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지자들은 세계는 Medical Tourism 시대임을 주장했고,시민단체는 영리병원의 경우 의료비가 폭등하고 결과적으로 제주도민이 의료비 폭등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공공성 강화는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명제다. 진료를 하는 의사로서 병원 경영에 참여하면서 깊이 느끼고 있는 것은 '인사가 만사',곧 인력관리의 중요성이다. 의료산업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병원이 운영되려면 수많은 기능 인력이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위에 열거된 국가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의료서비스를 갖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개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위에 열거된 국가와 비교할 때 수술 등 의료기술 수준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Medical Tourism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외국어 능력 향상,효율적인 협진 체계 구축,다각적인 의료 서비스 상품 개발 및 홍보 진행을 위한 의료 마케팅 전문화 등 현실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오병희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