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쓰인 1번 줄기세포(NT-1)의 수립 주체가 이유진 연구원이 아니라 박을순 연구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검찰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그간 가장 객관적인 `팩트'로 여겨졌던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일부 뒤집힌 첫 사례여서 앞으로 남은 검찰 수사에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 "NT-1 수립자는 박을순" 박 연구원은 2004년 논문에서 핵이식을 담당해 제4저자로 등재됐고 이 연구원은 세포배양을 맡아 제5저자로 올랐다. 서울대 조사위는 지난달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이씨가 2003년 2월 공여자 B의 난자 12개를 사흘간 배양한 뒤 일부 극체가 발생한 상태로 핵이식 실험을 하다가 극체가 난자에 유입돼 단성생식으로 인한 줄기세포가 수립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가 귀국 후 조사를 받으면서 NT-1을 처음 수립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이씨와 박씨를 며칠씩 잇따라 불러 당시 실험기록 등을 토대로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이 연구원이 스스로 NT-1을 수립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NT-1 수립주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단성생식' 여부까지 검찰이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남은 수사 핵심은 DNA 조작 주체 규명 검찰은 1번 줄기세포를 누가 수립했느냐는 전체 수사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주변 사실'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줄기세포 조작의 주범을 가리는 것은 결국 데이터 조작을 한 게 누구냐를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NT-1을 이씨가 수립했든 박씨가 수립했든 두 사람이 데이터 조작에 직접 관여한 게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씨가 당시 수립한 NT-1은 공여자 B의 세포를 이용한 것이어서 논문에도 공여자 B의 DNA 분석 결과가 실려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공여자 A의 DNA 분석 결과가 실렸다. 누가 왜 논문에 실릴 DNA 지문분석 결과를 A의 것으로 바꿨는지를 밝히는 게 2004년 논문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은 2004년 논문에서 DNA 검사를 담당한 유영준 연구원과 박종혁 연구원이 사건의 열쇠를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서울대 조사 신뢰성 시비 우려 서울대 조사결과를 뒤집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서울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의 DNA 지문 분석 등 과학적 데이터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서울대 조사위의 과학적 검증 결과를 존중하되 수사는 백지 상태에서 해 나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은 서울대 조사위의 한계를 감안한 발언이었다. 서울대 조사위는 강제 수사권도 없었고 관련자들이 지닌 컴퓨터와 실험노트를 모두 압수해 조사한 것도 아니어서 `완벽한' 진실규명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검찰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미즈메디ㆍ한양대측 연구진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박을순 ㆍ김선종 연구원 등 미국에 있던 연구진은 e-메일 조사에 그쳐야 했던 점도 조사위 결론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었다. 특히 주요 관련자들이 서울대 조사위에서 했던 진술과 다르게 말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져 서울대 조사위의 일부 결론은 검찰 조사에서 번복되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서울대 조사위의 핵심 내용은 검찰 조사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대 조사위에서 했던 줄기세포 조작 관련자들의 진술이 검찰에서 달라진 사례가 상당 수 있었으나 수사 결과를 뒤집을 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