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7일 총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주요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삼성과 관련된 수사와 소송에 어떤 영항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사건으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 사건과 삼성SDS 증여세 소송,금융산업구조 개선법에 대한 헌법소원 등이 있다. ◆에버랜드 수사에 어떤 영향 받나 현재 삼성과 관련된 메가톤급 사안은 삼성 에버랜드 CB 증여 사건이다.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1심 판결에서 허태학 당시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에버랜드 사장은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 두 사람 외에 삼성그룹 비서실과 이건희 회장 등 삼성 패밀리 등도 당시 에버랜드 CB 증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회계를 담당했던 회계법인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해 에버랜드 법인주주 8개사 및 주요 계열사들의 회계자료 20여 상자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그룹 후계구도와 CB 편법 증여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자료들을 수집하면서 삼성 패밀리 소환에 필요한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이 총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것이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검찰이 에버랜드 CB 증여로 얻은 이득으로 계산한 970억원을 상회하는 1300억원을 이 사건과 관련해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동시에 향후 수사에 참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건 없이 사회에 거금을 환원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최종 결론을 내릴 때 그 부분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피해액을 회사에 다시 불입할 경우 형사 처벌이나 법원 양형 단계에서 정상 참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현재 삼성 비서실이나 삼성패밀리의 공모 여부를 캐고 있는 상황이어서 원칙적으로 이 회장을 포함,참여연대로부터 고발된 사람은 모두 수사대상이 된다. 수사 필요성이 있을 경우 이 회장 등 모든 피의자들이 예외 없이 소환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검찰은 당시 삼성 비서실 관계자로부터 1996년 12월 삼성 계열사가 에버랜드 CB인수 권리를 포기하고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비서실이 개입했다는 '자백'을 확보한 상태다. 에버랜드 CB 인수에 대해 줄곧 공모 혐의를 부인해온 당시 비서실이 CB 증여에 개입해 이재용 상무 등 4남매의 자산을 관리해줬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명관 당시 비서실장과 이건희 회장의 공모·지시를 밝히는 게 이번 사건 수사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진실 규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건희 회장 등 모든 피고발인이 수사 대상이라는 원칙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 외 어떤 사건이 있나 한편 삼성은 이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공정거래법 관계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금융·보험사들은 개정 공정거래법대로 오는 2008년 4월1일까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15%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이재용 상무는 삼성SDS BW 증여와 관련해 국세청이 부과한 443억원을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 이외에 삼성차 채권단이 이건회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4조700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어떻게 해결될지도 관심사다. 서울보증보험 등 삼성차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28개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삼성차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등 모두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후 이들은 절대 소송을 취하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이번에 전 사회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밝힘에 따라 이 사건도 법원의 판결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간 조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인설·김현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