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단말기 보조금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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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와 국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단말기 보조금 공방이 그렇다. 정보통신부는 다음달 26일이면 효력을 다하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규정을 2년 연장하는 대신 2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2년 미만의 가입자와 신규 가입자에 대해서도 이들이 얼마 동안 해당 통신회사에 가입하겠다고 이른바 기간약정을 하면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을 발의해 놓고 있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단말기 보조금 논쟁의 양상이다.
먼저 정통부를 보자. 3년간 시행하겠다고 해서 도입된 단말기 보조금 금지제도의 유효기간이 끝나가자 너무도 태연하게 이를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생각했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정부가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단말기 보조금 금지제도를 도입했을 당시엔 과소비,핵심부품 수입 급증,출혈경쟁 등 여러 명분이 통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도 그 때와 동일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합당한 설명이 없다. 오죽하면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조차 이 제도가 문제있다고 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정부가 2년 이상 가입자에 대해선 보조금을 허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보조금 금지규정의 불합리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왜 하필이면 2년 이상 가입자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허용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국민들의 단말기 교체주기가 2년 안팎임을 감안해 그렇게 기준을 정했다고 하지만 정부의 자의적 기준 설정이란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일부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은 어떤가. 2년 이하 가입자들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보면 정부안에 비해 진일보했다. 그러나 여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규제비용이다.
지난 3년간 보조금 금지규정이 잘 지켜졌는지를 생각해 보자. 위반과 제재가 끊이지 않았다. 규제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안대로 되면 통신위원회는 보조금 금지 원칙하에 2년 이상 가입자에 한해서만 보조금을 줬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규제비용은 과거보다 늘어날 것이다. 국회안은 이보다 더하다. 정부안의 규제비용에 더해 2년 미만 가입자에 대해 기간약정과 보조금이 잘 연계되고 있는지까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안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국회안은 규제비용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후생은 늘리고 규제비용은 줄일 방안은 없는가. 있다. 약속된 기간이 다했으면 단말기 보조금 금지제도를 폐지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로 인한 후생 감소와 규제비용 증가는 기업 고유의 마케팅 영역 사안까지 정부가 무리하게 간여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결론 내리면 정부는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을 거론하며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상황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누구 때문인지 세상이 다 아는데 이를 빌미로 보조금 관련 정책의 정당성을 찾으려 한다면 너무 웃기는 일 아닌가.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