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잡아라.' 국민연금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국민연금의 향배가 인수·합병(M&A)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


잠재 인수 후보인 국민은행과 하나금융 모두 자체자금으로 7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민연금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놓고 줄다리기


오성근 국민연금기금 본부장은 "인수 후보 두 곳(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서 경쟁적으로 오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은 기금 가입자들의 이익이 커지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손을 잡겠다는 설명이다.


오 본부장은 "기금 자산은 주로 채권에 투자되고 있는 만큼 장기채권 투자수익률 이상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계는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이 물밑에서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들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인수전략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면 외국자본 없이도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자체 자금으로 인수금액의 60%를 충당할 수 있고,나머지 40%는 국내 연기금으로부터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이번에 매각될 외환은행 지분은 79%로 예상되며 이 지분의 가격은 시가로 약 7조원이다.


시가대로 인수한다고 하면 약 4조2000억원을 국민은행이 자체 부담하고,나머지 2조8000억원을 연기금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국내 연기금과 컨소시엄을 추진키로 한 것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 후 외환은행 주식을 국민은행 주식으로 전환하고 약 1년간의 통합 준비과정을 거쳐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을 합병,외국인 지분율을 낮추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격이 문제


국민은행이 지난 6일 외환은행 실사에 전격 돌입했지만 협상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격'이 걸림돌이다.


현재 외환은행 주가는 1만4000원대.국민은행 내부적으로는 "주당 1만원 안팎이 적정하다"는 분위기인 데 반해 론스타 측은 "시장가격 이하로 매각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계 일각에서는 외환은행이 1분기 중 분기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대규모 분기배당을 할 경우 외환은행의 주가가 낮아져 가격협상이 다소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