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갓 서른을 넘긴 아가씨 사장은 밸런타인데이(14일)를 앞두고 벌써 3일째 철야작업을 하고 있다. 한 달 매출액 1500만원을 자랑하는 수제초콜릿 전문점 코코핑코의 사장 김연경씨.


그는 초콜릿에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한 완구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4년간 일했다.


"제가 꿈꿔 오던 참신한 캐릭터 대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위주의 캐릭터만 만들어야 했어요.


'초콜릿은 먹는 패션'이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보고 '사고 한 번 쳐보자'고 마음 먹고 사표를 던졌지요."


사회 첫 도전이 시행착오로 끝난 만큼 초콜릿 도전은 치밀하고 전략적이었다.


우선 일본과 유럽에 가서 트렌드를 공부했다. 일본의 초콜릿 대가라는 에구치 마코토 밑에서 배웠다.


그녀는 수입 명품보다 더한 명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창업에 나섰다. 모든 원료는 스위스와 프랑스 등 유럽에서 수입키로 했다.


포장도 차별화했다.


'간직하고 싶은 패키지'를 모토로 보석함,딤섬 용기,명함지갑 등을 이용해 독특한 포장용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3년 이화여대 앞에 6평 규모의 작은 수제초콜릿 가게를 열었다.


투자비용 1억5000만원."오히려 근처 이대생들보다 단골 손님들이 더 자주 찾아오셨어요.


당시만 해도 주문을 받고 직접 만드는 수제초콜릿이 생소할 때였거든요." 단골고객인 박정언씨(27·여)는 다른 델리와 달리 모든 초콜릿의 시식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점을 코코핑코의 매력으로 꼽았다.


김씨는 지난해 9월 논현동으로 점포를 옮겼다.


이대 앞 좁은 점포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코코핑코의 컨셉트는 '문화공간'입니다.


초콜릿을 단순히 구입만 하는 곳이 아니라 초콜릿을 배우고,즐기고,함께 나누는 장소로 꾸미고 싶었어요."


복층으로 이뤄진 코코핑코는 아래층은 매장과 카페,교육공간을 겸한 주방으로,야외 테라스가 함께 있는 위층은 파티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꾸며져 있다.


코코핑코는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임시 입점했다.


김씨는 인터넷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고 초콜릿 강좌도 연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출강하고 있다.


자칭 타칭 '초콜릿 전도사' 김씨에게 초콜릿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불쑥 물어봤다.


"만능 창작 재료죠.초콜릿으로는 못 만드는 것이 없습니다." 김씨의 아이디어는 초콜릿 커플링,초콜릿 부케,초콜릿 크리스마스 트리,초콜릿 화분 등을 탄생시켰다.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커플링이 가장 인기라고 전했다.


김씨는 프랜차이즈 사업도 구상 중이지만 조심스럽다고 했다.


"달콤한 초콜릿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지만 혹시 돈벌이로 흐를까봐 걱정도 됩니다."


초콜릿을 매개로 사회봉사 활동을 한다는 디즈니 만화 같은 꿈도 갖고 있는 아가씨 사장은 "밸런타인데이에 가난한 사람들도 마음껏 초콜릿을 맛보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경제 독자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위스키봉봉'을 추천했다.


단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제품이라고.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열심히 초콜릿을 만들던 이 처녀 사장은 정작 자신은 이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할 남자가 없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